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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한국GM, '비토권 행사' 동상이몽? 'R&D 법인분할' 해석 이견…이동걸 회장 모호한 의지 '변수'

안경주 기자공개 2018-10-25 08:34:31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4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분할에 대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산업은행은 법인분할 역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에 해당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GM은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신설 법인을 두고 산업은행과 한국GM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탓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국내 R&D 법인분할을 의결했다. 새로 설립되는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중형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 관련 연구를 도맡을 계획이다. 오는 12월 초까지 법인설립을 완료한다는 게 한국GM측의 설명이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GM의 법인분할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가 있는 만큼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GM의 R&D 법인분할 자체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과 함께 비토권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의) 법인분할이 강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한국GM의 R&D 법인분할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산업은행, 한국GM은 지난 5월 경영정상화 방안에 합의하면서 산업은행의 비토권을 허용했다.

당시 합의사항을 보면 17가지 특별결의사항에 대해서 주총에서 85%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 지분 17%를 보유한 산업은행에게 사실상 결정권을 줬다. 또 총자산의 20% 이상을 매각하거나 양도, 취득 시에 대해서도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인분할의 경우 17가지 특별결의사항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산업은행이 '총자산의 20% 이상 매각, 앙도, 취득'에 관해서 비토권 행사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과 한국GM 측이 R&D 법인분할과 관련한 비토권 행사 여부에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향후 법인분할 자체에 대해 가처분 신청이 이뤄지더라도 비토권 대상 여부를 놓고 해석 공방이 벌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법인분할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한국GM이 신설 법인에 총자산의 20% 이상을 양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한국GM 자산의 단순한 이동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력 등 법인을 구성하는 내용도 살펴야 한다는 이유다. 예컨대 신설되는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 소속될 임직원의 수가 전체 임직원 수의 20%를 넘어선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또한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한국GM과 별개로 GM 본사의 지휘를 받게 된다는 점도 사실상 자산매각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R&D 법인분할의 경우) 충분히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된다고 본다"며 "다만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GM이 한국에 향후 투자하기로 한 28억 달러는 대부분 연구개발용이다. 법인분할로 투자금이 연구개발 외에 다른 쪽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 투자금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로 귀속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 내부에선 17가지의 특별 결의사항 중 하나로 봐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반면 한국GM은 비토권 대상이 아니라며 선긋기에 나섰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종 한국GM 부사장은 "거부권 대상이 아니라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신설될 법인의 재무제표상 자산가치가 4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한국GM 총자산의 5%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국GM은 법인분할과 GM의 철수계획에 대한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은행이 GM의 법인분할에 대해 일종의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법인분할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애매한 태도는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이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법인분할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법인분할이) 회사의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GM이 법인분할과 이후 사업계획을 제출한다면 협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산업은행의 진정성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법원이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상태에서 산업은행이 법인분할 자체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소송을 진행하려는 의도는 GM의 정보공개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의 국감 발언을 보면 향후 법인분할 자체에 반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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