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26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그룹이 최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연말이나 연초에 인사를 단행하는 재계 풍토를 감안하면 비교적 빠른 시기에 인사가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최고위급 인사는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의 보직 이동이었다. 지난 8월 CJ대한통운으로 영입될 때부터 화제가 됐던 박 부회장의 보직 변경은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영입 이후 3개월 만에 그룹 지주사인 CJ㈜ 공동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이번 인사로 박 부회장은 손경식 회장·김홍기 총괄부사장과 함께 CJ㈜를 이끌게 됐다. 이채욱 전 부회장의 사퇴로 공석이던 CJ㈜의 부회장 자리를 박 부회장이 채웠다. 오너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제외하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최고자리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 전 부회장에 이어 최고위 경영진 자리에 외부인사를 앉힌 것이다.
박 부회장은 1978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2004년 처음으로 사장 자리에 임명됐다. 삼성캐피탈 사장·삼성카드 사장·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상업고교(청주상고)와 지방대(청주대) 출신이라는 편견을 깨고 삼성그룹 부회장에 올라 '샐러리맨의 신화'를 일궈냈다. 은퇴 이전까지 '38년 삼성맨'으로 살아온 그가 CJ그룹에서 인생 제2막을 열게 된 셈이다.
삼성그룹 출신으로 CJ그룹을 이끄는 리더 자리에 오른 박 부회장은 이 전 부회장에 이어 CJ그룹의 '비(非) 순혈주의'를 다시 한번 각인 시킨 사례가 됐다. 2013년 CJ그룹에 영입됐던 이 전 부회장은 이재현 회장이 구속수감되는 등 비상 사태에 직면하면서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박 부회장은 이 회장이 지난 5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 영입됐고, 애초부터 지주사를 이끌 인물로 낙점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건강 상의 이유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은 이 회장이 계열사 경영을 책임질 중요한 자리에 외부인사를 앉힌 것이다.
CJ그룹의 이같은 행보는 재계 순혈주의와 상반돼 주목을 받는다. 몇 십 년 간 회사에 몸 바쳐 일했다는 '로열티'와 공채 몇기 출신이라는 '순혈주의'가 필요충분조건으로 따라붙는 재계의 CEO급 인사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CJ그룹은 이번 박 부회장의 영입과 인사를 제외하더라도 비순혈주의 사례가 많다. 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전략총괄 소속 임원과 계열사 사장 가운데 '정통 CJ맨'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허민회 CJ ENM 대표와 김재홍 CJ ENM 부사장(전략지원실장) 등이 CJ 내부 출신으로 분류된다. 나머지는 대부분 외부 출신 영입 인사다.
과감하게 그룹의 경영전략과 계열사 CEO 자리를 외부 출신 인물에 맡기는 혁신은 CJ그룹의 열린 문화와 개방성을 상징한다. 한편으론 외부 출신 인사가 득세하면서 공채 출신이 소외받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CJ그룹의 정통성 확립을 위해선 공채 출신 최고위급 인사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CJ그룹은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됐다. 식품기업으로 출발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유통·물류·바이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외부 수혈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CJ그룹도 정통 CJ맨 출신이 그룹 최고위 임원 자리에 오르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CJ그룹의 비순혈주의 조직문화는 명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순혈주의 인사가 '금고지기'로 전락하거나 '문고리 인사'로 점철됐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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