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KAI 폭탄' 수출입은행, BIS비율 '흔들' 주식 가치 하락에 자본조정 불가피…70bp 이상 하락할 듯

안경주 기자공개 2018-11-07 15:53:48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2일 16: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시가 대내외 파고에 급락세를 이어가자 수출입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지원 대가로 산업은행으로부터 현물출자 받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가가 50% 넘게 하락한 탓이다. KAI 주가가 연말까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자산가치 재평가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하 BIS비율)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올해 6월말 기준 KAI 주식 2574만5964주(26.41%)를 보유한 KAI의 최대 주주다. 2016년 5월말과 지난해 6월말 두 차례에 걸쳐 산업은행으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았다.

산업은행에서 현물출자 받을 때의 KAI 주가는 6만4100~6만6300원이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 장부에 기록된 KAI의 주식 가치는 1조6669억원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이 산업은행으로부터 현물출자를 받은 이유는 대우조선 등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지원을 맡으면서 BIS비율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BIS비율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척도로, 수치가 클수록 경영이 건전한 반면 낮을수록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은 작다.

수출입은행의 BIS비율은 2016년 6월말 기준 9.68%까지 하락했으나 산업은행의 현물출자를 계기로 지난해말 12.90%까지 상승했다. 특히 대손충당금 환입, 실적 개선 등의 영향으로 수출입은행의 올해 상반기 BIS비율은 13.61%로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KAI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지면서 수출입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KAI 주가는 이날 3만900원에 마감됐다. 수출입은행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주식을 넘겨봤을 때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보유주식 가치도 7956억원으로 장부가 대비 47.7%에 불과하다.

KAI 주가 하락의 원인은 미국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APT) 수주에서 고배를 마신 탓이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T-50의 개량 모델 T-50A를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보잉·사브 컨소시엄에 밀려 탈락했다. 이번 프로젝트 실패로 향후 KAI의 수주 경쟁력은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가 역시 하향세를 그렸다. 또 대내외의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도 받았다.

KAI 주가 하락으로 수출입은행은 그 누구보다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2018회계년도 결산 시점인 올해 말 기준 KAI 주가가 현재 수준이거나 하락하면 자본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KAI 주식은 그간 수출입은행의 회계장부에 매도가 불가능한 지분법투자주식으로 분류되면서 산업은행으로부터 현물출자를 받았을 때와 동일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취득원가로 가치를 평가하는 '원가법'을 적용해서다. 원가법을 적용받더라도 손상차손을 인식하는 등 자산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지만 '현저한 가치 변동'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이에 올해 상반기 결산 때도 KAI 주가 변동에 따라 BIS비율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KAI 주가가 50% 이상 하락하면서 '현저한 가치 변동'이란 기준을 부합하게 됐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AI 주가가 취득원가 대비 50% 이상 빠지면서 자산가치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며 "현 주가 수준을 연말까지 유지하면 최소 8000억원 이상의 자본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의 BIS비율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은 올해 6월말 기준 14조8665억원이며, 위험가중자산총액은 109조2378억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8000억원 이상의 자본이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수출입은행의 BIS비율은 최소 0.73%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매출감소 및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부품업계 뿐만 아니라 조선·해운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입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할 수 있다. 이 경우 BIS비율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KAI 주식 가치 하락이 계속되면 BIS비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예년처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자본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