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금타 닮은꼴 구조조정…산은, 부담 키우나 경영 부진 속 자율협약 조기 종료 여파 우려
정미형 기자공개 2018-11-09 09:00:00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8일 13: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의 자율협약(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 조기 종료로 더 큰 구조조정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방식이 과거 금호타이어 때와 비슷해 자율협약 종료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칫 산업은행의 자금 투입이 ‘밑 빠진 독의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현대상선은 자율협약 종료로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체결한 ‘경영정상화 계획의 이행 약정'을 종결했다고 2일 공시했다. 애초 예정된 2021년 6월보다 2년 넘게 앞당긴 것이다.
약정대로라면 현대상선은 자율협약을 졸업할 수 없다. 2011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영업적자를 이어오는 등 경영 정상화를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현대상선 자율협약을 조기 종료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채권단 스스로 의결한 것으로, 현대상선의 영업 정상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자율협약을 풀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은 현재 인프라 확대에 막대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지난 9월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의 건조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자율협약 상태에서는 대출을 받는 게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용도도 낮게 측정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자율협약 조기 종료'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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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은 과거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시켰던 때와 닮아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4년 12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워크아웃 졸업 요건을 충족시켰다고 판단했다. 당시 금호타이어는 부채비율을 2010년 858%에서 2014년 상반기 290% 수준으로 낮췄다.
업계 일각에선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조기 졸업 당시 재무개선 등 경영정상화 과정에 있기도 했지만, 미국 조지아 공장 설립 자금을 원활하게 확보하기 위해 산업은행 주도로 시행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2008년 중단됐던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을 채권단의 승인으로 워크아웃 중인 2014년 7월 재개했다. 당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000억원을 투자할 수 있도록 승인해준 바 있다.
당시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을 담당했던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강하게 (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요구하고 조지아 공장 자금 지원도 적극 추진했다"며 "산업은행과 이견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산업은행의 뜻에 맞춰주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현대상선과 금호타이어 두 기업 모두 경영정상화계획을 성공적으로 이행했던 게 아니라 영업 확대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각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조기 종료가 이뤄졌던 셈이다.
기업들에는 선순환을 위해 걸림돌을 먼저 제거해준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조치였을 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에는 부담을 키우는 꼴이 됐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 졸업 뒤에도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더블스타에 매각되기까지 산업은행은 최대 주주로서 자금 지원 등 각종 부담을 떠안고 가야만 했다.
문제는 현대상선도 금호타이어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향후 현대상선에 필요한 자금을 시중은행의 추가 지원 없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주도로 꾸려나가기로 합의해 사실상 산업은행의 책임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예컨대 현대상선이 발주한 2만3000TEU급 12척의 경우 '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 단독으로 중순위 대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입은행과 캠코 등 다른 정책금융기관들도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이미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대신해 현대상선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는 해운업 살리기를 위해 지난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해운업 지원을 위한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지난 7월 출범시켰다. 최근 정부가 경영난에 허덕이는 현대상선을 위해 1조원 긴급 수혈에 들어갔을 때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서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발행한 1조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인수한 뒤, 그중 절반을 내년에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매각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1조원 전부 산업은행이 부담하는 구조지만, 1년 뒤엔 한국해양진흥공사로 절반이 넘어간다"며 "궁극적으로 2021년부터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현대상선 관리 권한을 넘겨받는 거로 계획돼 있어 부담이 커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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