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24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 ICT(정보통신기술)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명구 부행장보(사진)는 금융기관의 틀을 넘는 ICT 내부 역량을 키우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미래의 경쟁 상대는 타 금융그룹이 아닌 핀테크에 도전하는 IT 업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금고 유치의 숨은 주역인 그는 최근 법인용 제로페이 사업에 나서고, 내부 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명구 부행장보는 1982년 덕수상고 졸업과 동시에 조흥은행에 입행했다. 이듬해 전산개발2과와 전산부에 배치된 이후 그는 IT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잠시 인사부와 지점 등을 거친 뒤 1998년 신한은행 정보개발실 부실장으로 부임했다. 2006년에는 전자금융개발실 부실장과 IT개발부 부부장을, 2007년에는 IT서비스 부부장을 지냈다.

2009년에는 계정시스템개발부, IT정보개발부, IT총괄부로 자리를 옮기며 IT 관련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임을 입증했다. 이후 정보개발팀장과 금융개발부장을 거쳐 2016년 신한은행 정보보호본부 상무를 역임했다. 지난해 부행장보로 승진하고 ICT그룹을 이끌게 됐다. 신한은행은 그의 전문성을 인정해 올해 업무분장에서도 ICT그룹을 맡겼다.

이 부행장보는 그동안 신한은행 인터넷 뱅킹, 모바일뱅킹 앱 '쏠(SOL)' 개발 등에 참여하면서 신한은행의 전산·IT 역량을 높였다. 특히 2006년 인천시금고와 지난해 서울시금고 전산시스템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시금고를 따낸 건 지금껏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뿌듯했던 경험"이라며 "시금고 관련 시스템 수준은 타행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올해에는 서울시와 함께 법인용 제로페이 사업에도 나섰다. 업무추진비, 사무관리비 지출 시 법인카드를 대체해 앱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2일 서울시금고 전산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관련 사업 논의가 원활해졌다는 전언이다. 오는 4월 출시를 목표로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IT 역량을 확대하고 있는 이 부행장보는 다른 금융그룹의 IT 부서를 경쟁상대로 보지 않고 있다. 차후 경쟁상대로 핀테크에 뛰어드는 IT 업체를 꼽는다. 그는 "금융권이 IT를 접목시키는 것과 IT업계가 핀테크에 뛰어드는 것 모두 출발점이 다를 뿐 지향하는 바가 같다"며 "IT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정해진 틀을 깨야 한다. 백그라운드는 금융이지만, 본연의 경쟁력은 IT 그 자체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에 ICT그룹 내 별도 교육을 통해 내부 IT전문가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부행장보는 "IT 분야에서는 현장에 투입돼 빨리 개발하는 데에만 익숙하지, 생각보다 체계가 약하다"며 "IT스킬, 업무,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세 가지로 역량을 구분해 신입 행원부터 3년차 행원까지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자급으로 갈수록 조직 운영을 비롯해 다른 파트와 협업할 일이 많은 만큼 커뮤니케이션 역량의 비중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IT 특성을 반영해 근무에도 유연함을 더했다. 오전 9시와 오후 2시가 되면 ICT그룹 사무실에는 '집중근무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이 시간대에는 회의, 통화 없이 업무에만 몰입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함이다. 오후 1시 30분부터 15분가량은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톡톡타임'을 진행한다. 유연근무제로 인해 출근 시간이 제각각인 만큼 중요한 사항을 공지하거나 업무상 팁을 전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