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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떠나야 하는 신격호 회장 [thebell note]

이충희 기자공개 2019-02-08 13:56:37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7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잠실포차는 2000년대 중후반까지 서울 송파구의 명물이었다. 잠실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포장마차에는 밤마다 수백명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가건물 형태 포차는 롯데가 당시 부지를 무단 점거하던 노점상들을 위해 만들어준 시설이었다고 한다.

1987년부터 초고층 빌딩 건설을 추진한 롯데는 이곳을 20년 이상 공터로 남겨뒀다. 회사 안팎에서는 아파트나 주상복합을 지어 분양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훨씬 낫다는 주장들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초고층 빌딩을 꼭 짓고자 했던 신격호 명예회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2009년 건축 허가를 받았고, 땅 주인이었던 롯데는 적지 않은 보상금을 주고 나서야 포차 상인들을 떠나보낼 수 있었다.

123층 롯데월드 타워 건설에 들어간 비용은 약 4조원. 건축 허가 조건이었던 서울공항 활주로 공사 비용도 롯데가 댔다. 주거시설 분양과 오피스 임대 수익 등을 합쳐도 당장 10년 안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기 벅찬 규모다. 롯데월드 타워는 그룹의 대외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기도 했다. 건축 허가를 득할 때 당시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시비에 휘말렸고, 완공 직전엔 붕괴 위험이 있다는 괴소문도 돌았다.

수십년간 빈땅으로 남겨오며 날려버린 기회비용, 천문학적 건축비와 보상금, 완공이 되기까지 마주한 악재들을 떠올리면 이 초고층 빌딩은 건설하지 않았어야 하는게 수지타산에 맞았다. 자본시장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이 사업의 추진동력은 오로지 그룹의 절대 의사 결정자 신 명예회장으로부터 나왔다.

작년 1월 신 명예회장은 그토록 꿈꿔왔던 롯데월드 타워에 입주했다. 건물은 완공까지 매우 험난한 과정을 겪었지만, 이제 연간 수천만명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됐다는 것에 그는 때로 뿌듯한 심정을 감추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꿈꿔왔던 대로 롯데월드 타워는 이제 서울 관광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신 명예회장은 조만간 다시 이곳을 떠나야 할 처지다. 법원이 이전 거처였던 소공동 롯데호텔로 재이주 해야 한다고 작년 말 결정했기 때문이다. 치매 증상이 있는 신 명예회장은 본인의 주거지를 직접 결정하지 못한다. 후계자 갈등을 겪고 있는 신동주 SDJ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이 명예회장 거처를 두고 이견을 보이자 한정후견인이 법원에 판단을 맡긴 결과다.

신 명예회장이 지금까지 온전한 정신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그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한정후견인은 명예회장이 롯데월드 타워에 머무는 걸 선호한다는 의향을 내비쳤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명예회장과 롯데월드 타워를 바라보는 롯데 관계자들의 심정에는 그래서 더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가 평생 숙원이었던 곳에서 여생을 보내지 못해 안타깝다는 게 현재 롯데인들의 대체적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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