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대기 KB증권, 대형사 면모 언제쯤 보여줄까 [토종 M&A 자문사 점검]④통합 3년차 '호시우행'…입지 확대 귀추
김혜란 기자/ 최익환 기자공개 2019-04-02 08:08:05
[편집자주]
인수·합병(M&A) 자문 시장에서 국내 토종 IB들은 여전히 변방이다. 외국계 IB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은 곳들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대여섯 곳이 전부다. 이들 국내 자문사들은 외국계 IB가 점령하고 있는 M&A 시장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벨은 증권사 IB 하우스별 현황과 전략을 총 다섯편에 걸쳐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토종 M&A 자문사 가운데 KB증권은 미완의 대기다. KB증권과 현대증권이 만나 대형 증권사의 반열에 올랐지만 아직 M&A 자문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적으로 업계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채권발행시장(DCM)의 지위가 M&A 자문 분야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과거 통합 전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모두 M&A 자문 활동이 활발한 곳은 아니었다. 주로 각 그룹사가 추진하는 M&A를 소화하는 역할에 그쳤고, 합병 전 두 증권사를 합해도 세 건의 M&A 자문을 수임한 2014년을 제외하고는 실적이 한두 건에 머물렀다.
다만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KB증권은 본격적으로 M&A 관련 업무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국내 초대형 증권사 가운데 M&A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서는 만큼 차별화된 경쟁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지난해 외국계 IB 출신을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크로스보더(Cross-border·국경 간 거래) M&A에서 두각을 보이겠다는 포부다.
◇외국계 IB 출신 인력 영입…크로스보더 자문 역량 보강
KB증권은 합병 이후 IB총괄 본부 아래 기능별로 9개 본부를 배치했다. 그중 하나가 인수금융부와 M&A부로 구성된 어드바이저리본부다. M&A 자문과 인수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위해 두 부서를 같은 본부 아래 두고 서일영 본부장이 수장을 맡아 총괄하고 있다.
M&A부 부서장은 지난해 영입된 조용환 상무가 맡고 있다. 조 상무는 글로벌 IB인 ABN암로홍콩과 ING베어링스홍콩, 맥쿼리 증권에서 M&A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다. 이밖에 외국계 증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시니어도 함께 채용했다. 현재도 전문 인력을 추가로 영입 중에 있다. 조 상무는 특히 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 M&A 딜 소싱(투자처 발굴)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상무는 SK네트웍스의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석탄개발회사 코카투 지분 인수와 리파이낸싱을 도운 경험이 있다. 조 상무는 M&A 자문 경험이 20년 가까이 되는 만큼 사모투자펀드(PEF) 업계에서도 넓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맥쿼리증권에 있던 당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을 도와 교보생명 지분 24% 인수 자문을 맡았었다.
◇후발 주자 약점 불구 인바운드 M&A서 '성과'
KB증권 M&A부는 올해 출범 3년 차를 맞았다. 신생 부서인 만큼 아직까지는 딜 수임 실적이 많지 않다. 지난해에는 1건에 그쳤다. 하지만 설립 최초로 크로스보더 딜 자문을 맡아 성사시키며 하우스로서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KB증권 M&A부는 중국 시아선 그룹의 투자회사인 시아선인베스트먼트가 국내 자동화 설비 회사인 신성에프에이를 인수하는 거래에서 인수 측 자문을 맡았다. 거래대상은 신성에프에이 지분 80%로 인수금액은 1040억원이었다. 국내 거래보다 조건이 까다로운 인바운드(외국 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 M&A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7년에는 KB증권이 베트남 현지증권사인 매리타임증권을 인수하는 거래를 성사시키도 했다.
당초 KB증권 M&A부가 외국계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인 것은 크로스보더 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실 글로벌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는 외국계 IB와 직접 경쟁하기에는 불리한 점이 많다. 따라서 KB증권 M&A부는 '맨파워'를 앞세워 국내 기업들의 아웃바운드(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M&A에서 점차 성과를 보여주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KB증권이 M&A 자문 맨데이트를 받은 곳은 10건이 넘는다. 10건 중 80% 이상이 크로스보더 딜이다. 이 가운데 절반은 현재 딜이 진행 중이어서 거래가 성사된다면 올해 실적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서일영·양현종 인수금융 '투톱'…자문 분야 힘실릴까 주목
KB증권 인수금융부는 M&A 시장에서 오랜 기간 함께 손발을 맞춰온 서 본부장과 양현종 부서장(상무)이 이끌고 있다. 서 본부장과 양 상무는 같은 부서에서 일한 기간만 10년이 넘는다.
두 사람 모두 하나은행 출신으로 오랜기간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에서 일했다. 2010년부터는 한 부서에서 커버리지와 인수금융을 담당하다 2015년 함께 현대증권으로 이직해 지금까지 KB증권에 몸담고 있다. 특히 서 본부장은 대형 증권사로 거듭난 KB증권에서 IB 중심축인 M&A 자문 부문을 육성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인수금융부는 양현종 상무를 주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인수금융 분야는 대형 은행과 증권사들이 앞다퉈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KB증권은 지난해 맥쿼리PE의 ADT캡스 인수, 2017년에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락앤락과 현대카드 인수 등 굵직한 거래에 인수금융을 제공하며 꾸준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KB증권은 앞으로도 어드바이저리본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KB증권은 IB 관련 전반적인 자문업을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워 M&A뿐만 아니라 주식발행시장(ECM)과 부동산금융, 사모투자(PE) 등 역량을 고르게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M&A부의 경우 DCM이나 인수금융 분야에서의 탄탄한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 다른 부서와 협업을 통한 영업력 강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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