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합작해본다"…현대오일뱅크의 다각화 전략 [전환기 맞은 정유업]②가속 붙은 비정유 '삼각편대', 현대케미칼·OCI·코스모 실적 상승세
구태우 기자공개 2019-04-09 11:27:09
[편집자주]
종합석유화학회사로 탈바꿈을 시도한 지 수년이 지났으나 정유업체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저유가 때문만이 아니다. 2010년대 들어 '환경' 중심으로 바뀐 세계경제 패러다임에의 적응, 비정유사업 투자 재원 확보, 에너지 산업의 혁명적 시프트(Shift) 시대 준비 등 불확실한 미래 과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작년말 유가 하락으로 실적 쇼크를 경험할 정도로 외생변수 변화에는 여전히 취약하다. 산업 전환기 기로에 선 정유업체들의 현황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5일 09: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와 친환경 에너지, 비OPEC과 타이틀 오일(셰일가스층에서 나오는 경질유)은 국제 유가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원유를 수입·정제해 판매하는 정유사는 유가 변동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 유가가 낮아지면 정유사의 실적도 곤두박질 친다. 때문에 정유사는 비정유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부문은 현대코스모와 현대케미칼, 현대OCI가 맡고 있다. 3곳 모두 합작사다.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2014년 설립한 합작회사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이 60%, 롯데케미칼의 지분이 40% 투입됐다. 공장 건립에 1조2000억원이 들어갔다.
현대케미칼은 혼합자일렌(MX)과 경질납사를 생산한다. 일 평균 13만 배럴의 초경질유를 정제해 연간 220만톤의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만든다. 이 원료들은 방향족 화학제품을 만드는 고순도 BTX(벤젠·톨루엔·자일렌) 공정에 쓰인다. 현대오일뱅크의 자회사인 현대코스모와 롯데케미칼은 현대케미칼에서 생산된 원료를 공급받는다. 이전까지 전량을 수입해 사용했는데, 현대케미칼을 설립한 이후로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가능해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업을 시작하면서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현대자동차의 핵심 부품을 현대모비스가 만드는 것처럼 현대오일뱅크도 밸류 체인을 갖게 됐다. 원유에서 MX , BTX까지 이어지는 생산체계가 마련됐다. 현대케미칼 가동 초기에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4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회사로 거듭났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7790억원 늘어난 4조1526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4분기 유가 하락의 여파로 영업이익은 387억원을 냈다. 전년보다 2282억원 줄었다. 적자 경영을 이어가던 2015년과 2016년보다 상황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유가 변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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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케미칼은 2단계 도약을 준비 중이다.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신사업인 석유화학 컴플렉스(HPC)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중질유분 등을 이용해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정유공장의 부산물이 60% 이상 투입되는 만큼 원가가 대폭 절감된다. 현대케미칼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3차례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74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1년 상업가동에 들어가면, 6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콘덴세이트를 이용하지 않아도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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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OCI도 2017년 말부터 상업가동에 들어가면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대OCI는 연산 10만톤 규모의 카본블랙을 양산해 판매하고 있다. 카본블랙은 콜타르와 원유 정제 부산물인 슬러리 오일을 불완전 연소시켜 만든 탄소 분말이다. 타이어 강도를 높이는 배합제나 프린터 잉크 등으로 활용된다.
현대오일뱅크는 2016년 카본블랙 시장에 진출하려고 OCI와 합작해 현대OCI를 설립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분 51%를, OCI가 49%의 지분을 투입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로 카본블랙을 생산하는 만큼 현대오일뱅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현대OCI는 올해 상업가동 3년차를 맞았는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361억원으로 전년(536억원)보다 2.5배 커졌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동안 116억원 증가한 148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경쟁사보다 석유화학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현대케미칼과 현대OCI가 상업가동에 들어가면서 현대오일뱅크의 사업 안전성도 높아졌다. 정유업계는 현대케미칼과 현대OCI의 빠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전체 실적에서 정유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6년 현대오일뱅크의 전체 매출에서 정유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4.6%에 달했다. 지난해 정유업 비중은 86.1%로 낮아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케미칼이 전체 매출의 11.5%, 현대OCI가 0.3%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코스모도 지난해 2조9892억원의 매출을 냈다. 현대코스모는 현대오일뱅크와 일본 코스모오일이 50대 50의 합작투자로 설립된 회사다. 양사가 공동경영을 하는 만큼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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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는 유가 변동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든다. 원유 구입 시점보다 유가가 하락하면 손해를 보고, 오르면 이익을 본다. 이를 레깅효과(원재료 구매시기와 석유제품 판매시기 사이의 가격변동에 따른 마진 등락효과)라고 한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서 유가는 이전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향후 몇 년 동안 100달러를 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때문에 정유사는 비정유 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석유화학 사업은 정유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처럼 여겨졌다. 사업영역이 이전에는 석유 탐사와 개발, 보관 및 수송으로 제한적이었다. 정유사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화학사업을 검토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는 석유화학 사업을 육성하는 게 정유사의 중요한 과제다. 국내 뿐 아니라 아람코, 엑손모빌도 마찬가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이 투자비가 워낙 커 쉽게 진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석유화학 부문은 저유가 시대에 정유사에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의미있는 투자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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