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6월 20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랜드마크 딜인 태림포장 매각 거래는 겉보기엔 진행이 순조롭다. 지난 12일 시작된 예비입찰에 총 9곳의 잠재투자자가 인수의향을 내비쳤고 이 중 5곳이 숏리스트에 올랐다. 적지 않은 후보가 참여해 IMM PE가 비교적 여유롭게 숏리스트를 추린 것처럼 보인다.다만 속을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떨어뜨린 응찰자들은 사실상 진성 원매자가 아니거나 그대로 두면 흥행을 저해할 만한 대상이었다. 일부 참여자들은 자기 발로 나갔다.
숏리스트에서 탈락시킨 아세아제지와 신대양제지에 대해선 처음부터 인수 의지가 약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태림포장과 같은 국내 동종회사로서 인수에 성공하면 누구보다 강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는 후보들이었지만 이들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차치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국내 골판지 산업이 소수 업체가 지배하는 과점 시장이기 때문이다. 둘 중 한 곳이 태림포장을 인수해 시장 점유율이 뛰어 오르고 업계 경쟁이 제한되는 것은 M&A에서 공정위가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다. 그래서인지 아세아제지와 신대양제지는 이번 입찰에서 가장 낮은 응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진다.
태림포장 인수전의 격을 높여주는가 싶던 미국 1, 2위 제지회사 '인터내셔널페이퍼(IP)'와 '웨스트락'의 참가는 무효가 됐다. 사실 이들이 국내 골판지회사 인수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긴 했다. 아시아권도 아닌 서구권 전략적투자자(SI)가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릴 유인이 적다는 분석이 많았다. 결국 IMM PE는 이들에게 태림포장의 상세 기업내용만 제공한 셈이 돼버렸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세아상역은 매도자가 입찰 기간을 연장해 인수의향서(LOI)를 받아낸 후보로 파악된다. 즉 뒤늦게 들어왔다. IMM PE의 다급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는 매각희망가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최초 "1조원은 받아야겠다"에서 "8000억원이면 팔겠다"로 조정되는 모양새다.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우호적인 환경에서든, 운용을 잘해서든 기업가치가 올랐으니 제 값을 받아야겠다"는 매도자와 "수 십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호황 덕이니 그 값은 못준다"는 원매자 간 기싸움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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