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사노피 계약 수정 덕에 자금운용 숨통 공동 개발 당뇨병 신약 R&D 비용 상한선 1억유로로 낮아져…매분기 지불 비용 3년 후로 유예
강인효 기자공개 2019-06-26 08:23:00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5일 1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 중 공동 연구개발(R&D) 비용에 관한 부분이 수정되면서 5000만유로(약 660억원)에 달하는 R&D 지출을 절감하게 됐다. 이는 한미약품이 작년 한 해 동안 R&D에 투자한 금액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한미약품은 2016년 사노피와의 수정 계약을 통해 이 회사가 진행 중이던 5개의 당뇨병 치료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에 대한 총 R&D 비용의 25%를 부담하기로 했다. 다만 R&D 비용의 상한선을 1억5000만유로로 정해뒀었는데, 이번에 그 상한선이 1억유로로 낮아진 것이다. 매분기 해당 R&D 비용을 사노피에 지불해온 만큼 한미약품이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25일 사노피아벤티스독일과 GLP-1 계열 당뇨병 신약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공동 R&D 비용을 감액하는 내용의 기술이전 수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 억제를 돕는 체내 호르몬인 '글루카곤유사체펩타이드(GLP)-1'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다. 매일 맞던 주사 주기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시킨 바이오 신약이다.
한미약품의 독자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적용됐으며, 지난 2015년 11월 사노피에 기술 수출됐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단점인 짧은 반감기(半減期)를 늘려 투여 횟수와 투여량을 감소시켜 약의 효능을 개선하는 기술을 말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제공하는 국제 임상시험 등록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스(Clinical Trials)'에 따르면 사노피는 현재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과제 5개를 진행 중이다. 이미 모집된 환자만 4000명이 넘었다.
한미약품 측은 2016년 사노피와의 수정 계약을 통해 에페글레나타이드 R&D 비용의 25%를 부담하기로 했지만, 1억5000만유로를 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한미약품이 부담해야 할 에페글레나타이드 R&D 비용 상한선이 1억유로로 줄어들면서 회사 측은 5000만유로의 여윳돈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한미약품은 기존 수정 계약에 따라 에페글레나타이드 총 R&D 비용(1억5000만유로) 중 3149만6375유로를 이미 사노피에 지급했다. 하지만 이번 수정 계약을 통해 R&D 비용 상한선이 1억유로로 낮아지면서 6850만3625유로만 부담하면 된다.
한미약품은 또 기존 수정 계약에 따라 에페글레나타이드 R&D 비용을 분기마다 지급해왔다. 하지만 이번 수정 계약을 통해 지급해야 할 6850만3625유로 중 4000만유로는 이르면 오는 2022년 9월 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를 신청(BLA)한 날 중 빠른 날 청구된 뒤 15일 이내에 지급하면 된다.
나머지 2850만3625만유로는 이보다 1년 후 2023년 9월 또는 FDA가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품목 허가 승인을 해준 날 중 빠른 날 청구되고선 15일 이내에 지급하면 된다. 한미약품 입장에서 매분기 에페글레나타이드 R&D 비용을 지급해왔는데, 지급 시점이 3년이나 연기된 셈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노피와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협력의 폭을 넓히는 내용의 수정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번 수정계약을 통해 양사는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수정계약에 대해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자신들이 R&D 비용을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속도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올해 1분기에만 6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R&D에 투자했다"며 "이번 수정계약을 통해 R&D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게 돼 자금 운용에 다소 여유가 생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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