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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1위 엘러간 빅딜에 대웅제약·메디톡스 '희비' 엘러간이 판권 보유한 메디톡스, 임상 속도 빨라질 듯…대웅제약, '주보' 시장 안착이 관건

강인효 기자공개 2019-06-28 08:20:19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7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빅파마인 애브비(AbbVie)가 세계 1위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제제) 업체 엘러간(Allergan)을 전격 인수하기로 하면서 국내 주요 보톡스 업체들은 대부분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애브비의 엘러간 인수로 촉발된 보톡스 업체의 밸류에이션 상승이 국내 업체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국내 보톡스 업체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국내 1위 보톡스 업체인 메디톡스와 국내 보톡스 업체 중 가장 먼저 미국에 진출한 대웅제약은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엘러간, 메디톡스 임상 및 판권 보유…세계 최초 액상형 보톡스 '이노톡스' 개발 속도↑

애브비는 25일(현지시각) 엘러간을 630억달러(약 73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미국에서 이뤄진 인수합병(M&A)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알려졌다. 애브비는 엘러간 주식을 24일 종가보다 45% 높은 가격(프리미엄)인 188.24달러에 사들일 예정이다. 이 중 120.30달러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주식 형태로 지불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애브비의 엘러간 인수가 국내 보톡스 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톡스 사업에 대해 그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해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브비가 엘러간을 높은 프리미엄에 인수한 만큼, 엘러간의 주력 사업인 톡신 사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에서 엘러간의 '보톡스'는 점유율 74%로 1위 제품이다. 이어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16%)', 독일 멀츠의 '제오민(6%)', 메디톡스의 '메디톡신(3%)' 순이다.

국내 주요 보톡스 업체들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메디톡스는 엘러간 피인수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애브비와 엘러간이 발표한 통합 파이프라인에서 메디톡스의 '이노톡스'가 임상 3상 단계 상단에 하이라이트됐다"며 "애브비가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 진행 중에 있고, 유럽에서도 임상 3상 개시를 앞둔 이노톡스의 개발에 속도를 더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디톡스가 자체 개발한 이노톡스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액상 제형의 보툴리눔 톡신 A형 제제다. 2013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메디톡스는 이보다 앞선 같은해 9월 엘러간과 총 3억6200만달러 규모의 이노톡스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진 연구원은 "엘러간은 메디톡스 톡신의 글로벌 임상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어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톡신을 출시할 경우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애브비 엘러간 통합 파이프라인_20190626(수정본)
애브비와 엘러간이 공개한 통합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

◇대웅제약, 보톡스 시장 성장 기대감에도 덩치 커진 엘러간 부담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미국에 진출한 대웅제약도 이번 엘러간 피인수를 반기는 분위기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인 애브비가 엘러간에 45%의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은 엘러간의 주수익 사업인 톡신과 필러 사업의 잠재력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각) 미국에 자체 개발 보툴리눔 톡신 제제 '주보(한국 제품명 나보타)'를 공식 출시했다. 주보의 현지 판매는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Evolus)가 맡는다. 나보타의 경우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보톡스와 동일한 900KDa(키로달트) 보툴리눔 톡신 단백질 복합체라는 것도 장점이다. 디스포트(500~750KDa)와 제오민(150KDa)은 분자량이 달라 보톡스와 시술 용량이나 확산도가 다르다.

대웅제약 측은 "미국에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이 시판된 지 약 30년이 됐지만, 보톡스와 동일한 900KDa 분자 구조인 제품은 나보타 외에는 없다"며 "에볼루스의 모회사 알페온은 200명 이상의 미국미용성형학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미국 미용성형 분야에서 강력한 의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에볼루스를 통해 나보타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선 관계자는 "애브비가 엘러간을 인수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아진 보톡스 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낮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반적으론 좋지만…대웅제약의 복잡한 셈법

엘러간은 메디톡스가 자체 개발한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이노톡스'의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인데, 이번 엘러간의 피인수로 이노톡스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웅제약은 엘러간을 인수한 애브비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시장 마케팅에 나설 경우 미국 시장에 정착하는데 난관에 부딪힐 우려도 나온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곳은 메디칼에스테틱 전문기업인 에볼루스다. 에볼루스의 최대주주인 알페온은 미국미용성형학회 회원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현지 네트워크에 강점을 갖고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가격을 엘러간의 '보톡스'보다 20~30%가량 저렴하게 책정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선방하고 있지만, 더 거대해진 엘러간과의 시장 경쟁은 지금보다도 힘들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엘러간은 나보타와 같은 경쟁 제품 출시를 의식해 적극적인 영업 마케팅 공세를 펼쳤고 이는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지난 1분기 보톡스의 글로벌 매출은 8억684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3% 늘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보톡스의 미용 적응증 관련 매출은 2억295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경우 이노톡스 파트너사가 덩치가 커진 애브비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당분간 애브비와 엘러간이 M&A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이노톡스 개발 속도와 향방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애브비 유통망까지 확보한 엘러간에 맞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주보가 에볼루스를 통해 미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나갈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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