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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 '토이 스토리', 혹은 인수합병으로 만들어진 디즈니 제국의 상징전세계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디즈니의 인수합병 역사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9-07-01 11:29:26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1일 1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이미지 하나가 있다. 한 극장 간판에 상영 중인 영화의 제목들이 쓰여 있다. '토이 스토리', '고질라', '알라딘', '맨 인 블랙' 그리고 그 아래 한 남자가 이런 말을 한다. "대체 지금이 몇 년이야?" 속편 혹은 리메이크 작품들이 극장가를 점령한 2019년 현재의 상황을 비꼬는 것이다.

그런데 2019년 영화 시장을 규정하는데 있어, 더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바로 디즈니 제국의 '굴기'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이 올해 1월1일부터 6월29일까지 집계한 결과를 보면, 그 굴기의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기간 국내 영화 관객수가 약 1억800만명이었는데, 이중 30%에 달하는 약 3200만명이 디즈니가 배급한 영화를 봤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입장권 매출액 총 9200억원 중 역시 약 30%인 2800억원이 디즈니가 배급한 영화들로부터 창출됐다. 2위 '어벤져스:엔드 게임', 4위 '알라딘', 5위 '캡틴 마블', 11위 '토이 스토리4', 15위 '주먹왕랄프2' 등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디즈니의 작품들이다. 이중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4'는 현재 상영 중이다.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당장 7월부터 '스파이더 맨:파 프롬 홈'과 '라이언 킹' 실사판 개봉을 시작으로, '겨울왕국2', '말레피센트 2', '스타워즈:라이즈 오브스카이워커' 등 디즈니의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들 대부분이 속편 혹은 리메이크다.

디즈니 인수합병 역사의 상징이 된 '토이 스토리'
디즈니 인수합병 역사의 상징이 된 '토이 스토리'

디즈니가 이런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근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1923년 설립한 이후 100여 년간 구축해 놓은 방대한 자체 라이브러리를 들 수 있다. 최근 '정글북', '알라딘', '라이언 킹' 등 과거 애니메이션 히트작들이 차근차근 실사 영화화되고 있는 것은, 라이브러리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하지만 더 중요한 원인으로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꼽을 수 있다. 시작은 1993년 당시 소규모 제작사였던 Miramax를 약 60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이어 1995년 ABC방송과 ESPN을 약 19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애니메이션, 영화, 테마파크 등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방송까지 아우르는 미디어 제국으로의 확장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디즈니 제국을 만든 결정적인 사건은 밥 아이그너가 2005년 CEO로 취임해 과감하게 실행한 픽사 인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당시 디즈니는 세계 최초의 장편 CG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1995년)를 시작으로 모든 픽사의 작품을 배급하며, CG 애니메이션과 픽사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픽사의 지분 약 50%를 보유한 스티브 잡스와의 협상은 험난했다. 그럼에도 아이그너는 거래를 밀어붙였고, 결국 약 74억 달러 규모의 주식 교환 방식으로 2006년1월25일 거래를 종결시키는데 성공한다. 놀라운 것은 스티브 잡스가 디즈니의 지분 7%를 가진 최대주주이자 등기이사로 등극하는 것을 용인했다는 사실이다.

인수 이후 픽사가 어떤 실적을 보여줬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도리를 찾아서' 등 다양한 속편들은 물론 '라따뚜이', '월E', '인사이드 아웃' 등 연이은 초대형 신작을 내놓으며 그야말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성공을 통해 디즈니가 갖게 된 인수합병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었다.

그런 확신과 자신감은 2009년 MCU를 막 시작한 마블을 40억 달러에, 2012년엔 새로운 '스타워즈' 3부작을 준비 중이던 루카스 필름을 역시 40억 달러에 인수할 수 있게 한 배경이 됐다. 그리고 올해 20세기 폭스를 무려 713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디즈니 인수합병 역사는 정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 이러한 질주를 막아 설 수 있는 경쟁자는 이제 넷플릭스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개봉된 '토이 스토리4'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될 듯 하다. 20세기 폭스의 인수를 마무리 한 시점에서, 픽사를 대표해 온 '토이 스토리'시리즈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을 개봉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리즈의 원작이라고 불리는 1988년작 단편 'Tin Toy'의 주인공 장난감 티니가 중간에 살짝 등장하는 장면은 일견 감격스럽다.

'토이 스토리'의 원형이 된 단편 'Tin Toy': https://www.youtube.com/watch?v=ffIZSAZRz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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