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0월 07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가 운영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STX조선이 회생할 것으로 보는 관측은 많지 않다. 지난달 장 대표는 창원시장을 만나 자금 지원을 요청했는데 에둘러 거절당했다. 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돌아왔다.STX조선의 유동성 확보 과정은 산넘어 산이다. 법정관리를 가까스로 졸업했지만 선뜻 자금을 대겠다고 하는 금융권은 없는 실정이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모두 마찬가지다.
얼마 전 산업은행 관계자와 STX조선의 회생 여부를 두고 장시간 얘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STX조선은 산업은행에 비공식적으로도 자금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자금 지원의 필요성을 호소하지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문을 두드리진 않았다. 이유는 산업은행이 지난해 STX조선의 법정관리 계획을 철회하면서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도 STX조선이 돈 빌릴 곳은 산업은행밖에 없는 걸 잘 알고 있다.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조선업계는 지금이 STX조선의 정상화를 위한 적기로 보고 있다. 내년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발주가 늘고 있다. STX조선은 몇 해 동안 일감 부족에 시달렸는데 오랜 만에 장이 열렸다. 경쟁적으로 수주에 나서야 하는데 유동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STX조선은 금융권 차입이 끊기면서 자체 자금으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보유 현금이 부족해 최대 5척이 한계다. 건조 능력은 충분한데 돈이 없어 도크를 놀리고 있다.
조선업은 싸이클 산업으로 지금의 시기를 놓치면 언제 또 일감이 생길지 확신할 수 없다. 수주 조건이 맞아도 선사가 요구한 인도시기를 못 맞추면 수주 경쟁에서 밀린다. 주력 선종의 발주가 늘어난 지금 일감을 따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2~3척이 최대치다. 2020년말이면 STX조선의 일감도 동나고 보릿고개가 돌아온다. 거대 산업인 조선업은 고정비와의 싸움이다. 흑자를 내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이 나와야 한다.
올 상반기 STX조선은 모처럼 6%대의 영업이익률을 냈다. 장 대표는 지난해 4월 "희망의 불씨를 살려 존속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후 STX조선의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STX조선에 6조원을 쏟은 채권단의 시각에서 더 이상의 지원은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럼에도 STX조선은 회생하고 있다. 경제 논리로 보면 지금은 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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