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HDC현산 인수부담 2조?…무차입 기조 훼손과거 등급상향, '순차입금 마이너스' 덕분…인수 후, 신용도 방어벽 사라져
양정우 기자공개 2019-11-20 10:36:04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8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A+, 부정적 검토)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그간 고수한 실질적 무차입 기조(순차입금 마이너스)에 균열이 불가피하다. 신용평가업계에선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이 최대 2조원 규모의 인수 부담을 짊어질 것으로 진단한다.옛 현대산업개발(현 HDC-HDC현대산업개발 인적분할)은 지난 2017년 신용등급이 'A+'로 상향됐다. 무엇보다 2016년 말부터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게 등급 상향에 한몫을 했다. 이 때부터 유지해온 사실상 무차입 기조는 HDC현대산업개발의 'A+' 등급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 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무차입 기조가 붕괴되면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실질적 무차입 구조, 'A+' 상향 비결…M&A 완료시 등급하향 불가피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 조건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지분율 31%, 4000억원)와 신주(2조원)를 포함해 2조4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HDC 포함)의 인수 부담은 1조7000억~2조원 규모로 관측되고 있다.
향후 HDC현대산업개발이 1조7000억~2조원 가량을 부담할 경우 순차입금 규모는 단번에 플러스 수치로 돌아선다. 총 차입금이 현금성 자산보다 많은 재무 상태로 전환되는 것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7547억원(현금성자산 1조4984억원, 총 차입금 7437억원)으로 집계됐다. 최대 2조원 규모의 인수 부담을 감당한다면 순차입금 규모는 1조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그간 HDC현대산업개발이 유지한 사실상 무차입 기조는 현재 신용등급(A+)을 지지해온 핵심 근거다. 과거 'A0' 등급이 책정돼오다가 2016년 말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등급 재조정의 기회를 잡았다. 주택 경기 회복으로 현금창출력이 개선되면서 총 차입금을 크게 상회하는 보유 현금을 쌓는 데 성공했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은 실적이 개선 추세였지만 주택에 편중된 수익 포트폴리오가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불안 요소였다. 국내 주택 시장의 호황은 언제나 가변적인 만큼 수익성 개선만으로 신용등급을 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재무 상태가 실질적 무차입 기조로 전환하면서 '총차입금/에비타(EBITDA)', '차입금의존도' 등이 뚜렷하게 개선된 점이 등급 상향의 압박을 주도했다.
앞으로 아시아나항공 M&A가 일단락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실상 무차입 기조가 훼손되는 동시에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을 감내해야 한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일단 신용등급 하향 검토를 선언했다. 신용평가업계는 인수대금 규모와 세부 조달 구조가 확정된 후 신용등급 조정을 현실화할 계획이다.
◇아시아나 자금 수혈 '중장기 관전포인트'…주택 경기 하강 흐름도 관건
HDC현대산업개발의 단기적 신용도 진단이 실질적 무차입 기조의 균열에 영향을 받는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관전 포인트다. M&A가 완료되면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는다.
아직 우선협상 단계인 만큼 아시아나항공이 중장기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에 미칠 여파를 구체적으로 진단하는 건 쉽지 않다. 이번 M&A에선 인수대금의 2조원 정도가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투입(신주 발행)되는 만큼 향후 재무 개선 효과까지 감안해야 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과중한 차입 규모(올해 3분기 말 순차입금 5조7000억원 안팎)를 감안할 때 큰 틀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자금 유출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근래 들어 HDC현대산업개발은 외형과 수익 규모가 견조하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국내 건설 산업이 고도화된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이 주택 중심의 주력 사업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여지는 적다. 최근 호조세를 유지하더라도 연간 영업현금흐름이 4000억~5000억원 수준에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아시아나항공에 추가 수혈 리스크가 가시화되더라도 재원을 투입할 수 있는 창구가 한정돼 있는 셈이다.
올 들어 주택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업계가 주시하는 대목이다. 이미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경기의 하강 국면이 심화되고 있고 정부는 부동산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도 풍부한 수주 잔고와 우수한 분양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에 집중된 사업 구조(지난해 매출 비중 86%)가 여전히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추가 인수금융 등 인수 구조를 지켜봐야 하지만 무차입 구조가 사라지는 건 불가피하다"며 "그룹 전체의 볼륨과 비교해도 아시아나항공이 너무 큰 기업이어서 M&A의 여파가 오랜 기간 크레딧 리스크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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