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대책 후폭풍]은행신탁 설자리 잃나, 조직개편 앞두고 '노심초사'신탁부, WM그룹에 흡수 관측…임직원 인력 축소 '불가피'
최필우 기자공개 2019-12-12 08:14:05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0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위험 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이 연말 시중은행 조직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원안이 유지되면 주가연계신탁(ELT) 판매 길이 막히는 신탁부의 인력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12일 발표될 규제 확정안에 은행 신탁조직 임직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우리 '자산관리그룹', 신한 'GPS그룹' 통합
우리은행은 지난달 18일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자체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때 이달로 예정된 조직 개편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됐다. 기존 WM그룹과 신탁연금그룹을 자산관리그룹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게 개편안의 골자다. 이변이 없으면 이달 중순 두 그룹의 통합과 총괄 임원 선임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14일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고위험 투자상품 투자자 보호대책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 당국은 불완전판매 감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WM그룹과 신탁부를 통합하고 통합 그룹에서 금융상품 추진 기능을 없애 신상품 출시와 사후 관리에만 주력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DLF 손실 사태를 피해간 신한은행 역시 일찌감치 GPS(Global Product Solution)그룹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GPS그룹은 기존 신한금융지주 WM 매트릭스의 확장 개념이다. 금융상품 전략을 총괄하는 IPS본부(Investment Product and Service) 뿐만 아니라 신탁 관련 조직을 아우르게 될 전망이다.
당초 자본시장법에 따라 은행이 신탁업을 겸영할 경우에는 임원이 은행업과 신탁업을 겸하는 게 금지돼 왔다. 하지만 차이니즈 월 규제가 완화되면서 WM그룹과 신탁부의 경계가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신탁 상품을 개발하는 부서와 고객 신탁 자산을 관리하는 부서를 별도로 두면 고객정보 보호 규제를 위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이 WM그룹과 신탁연금그룹의 통합이 은행권 트렌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신탁부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중은행 신탁부는 ELT 판매로 대부분의 비이자수익을 발생시켜왔다. 고위험 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 원안이 관철되면 신탁부는 사실상 먹거리의 대부분을 잃게 된다. 사실상 신탁부가 WM그룹에 흡수되는 모양새가 되면서 신탁 관련 임직원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채권(ETN) 편입 신탁을 대안으로 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ELT 수준의 비아지수익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파생상품 판매가 위축되면서 신탁부 임직원이 줄어드는 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점 PB, 본사 자산관리 조직 통합 '환영'
우리은행 영업점에서는 WM그룹과 신탁연금그룹의 통합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선 지점장과 센터장들은 그간 양 그룹간 경쟁에 시달려왔다. 두 그룹이 실적 확대를 위해 해당 그룹의 상품 판매를 늘려달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같이 불필요한 경쟁이 DLF 불완전판매를 초래했다는 시각도 있다.
양 그룹이 통합되면 이같은 우려는 일축될 것으로 보인다. 신탁 역시 사모 성격을 가진 상품으로 분류되면서 공모펀드 위주 영업을 준비하는 PB들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ELT 판매가 막히면서 파생상품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없게 된 건 악재로 꼽힌다.
우리은행 PB는 "ELS는 대부분 신탁 비히클을 활용해 판매해 왔는데 유용한 자산관리 수단을 잃을까 우려된다"면서도 "양대 자산관리 그룹 통합으로 상품 판매량을 늘리는 것보다 다양성을 확보하고 포트폴리오 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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