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M 컨퍼런스 2020]빅파마들의 쇼케이스 경쟁, 최대 위너는 JP모간미국·유럽 VIP 우선 배정하며 권력 과시…38년째 바이오업계 '쥐락펴락'
샌프란시스코(미국)=민경문 기자공개 2020-01-13 13:10:1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3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1월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분주해진다. 세계 각지에 있는 제약바이오 업계 종사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올해로 38회째를 맞는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의 위력이다. 행사장인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Westin St. Francis Hotel)을 중심으로 다운타운 근방 호텔은 ‘만실’이 된다.가격은 1박에 수백만원까지 치솟는다. 그나마도 몇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구할 수가 없어 에어비앤비 등의 제3의 수단을 활용하거나 공항 근처 숙소를 잡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수 많은 기술이전 논의와 투자 협상이 진행되는 주변 커피숍 역시 행사장 출입카드를 목에 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행사 기간 동안 주최 측인 JP모간이 ‘갑’이 된다. 프레젠테이션(PT)과 행사 참여 모두 공식 초청장을 받는 업체에 한해 가능하다. 업체당 인원수도 5명으로 정해져 있고 초과하면 한명당 2000달러를 내야 한다. 행사 시일이 다가올수록 JP모간에 대한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로비’가 극심해지는 이유다. JP모간은 행사기간 중에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을 통째로 빌린다. 이후 대형 투자기관 등 VIP 고객을 대상으로만 ‘방’을 빼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디어 출입도 그만큼 여타 행사에 비해 제한적이다.
올해 행사 역시 JP모간 측은 전세계 400개 나라에서 8000명이 넘는 바이오업체 경영진과 연구인력과 투자자 등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참석자들에 한해 공개되는 각 업체들의 발표 스케줄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의 어떤 업체가 어떤 순서로 발표하는 지가 제약업계 지위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역시도 결정권은 JP모간이 갖는다. 행사에 참여하는 바이오업체 대표는 “보통 첫째날과 둘째날은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이 커버하는 미국과 유럽의 대형 빅파마들의 발표로 채워지게 된다”며 “국내 업체들을 포함한 아시아권 회사들은 보통 이머징 세션이 있는 셋째날에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발표 주제 역시 JP모간에서 PT를 할 경우 다른 곳에서 공개를 못 하는 익스클루시브(exclusive)한 내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JP모간 CEO인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의 존재감도 절대적이다. 미국 증권가의 최장수 CEO로서 전세계 자본시장을 휘어잡는 그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그는 첫째날 FOX뉴스 인터뷰와 함께 키노트 스피치를 책임질 예정이다. 지난해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바이오(BIO) 행사에서도 키노트 스피커는 제이미 다이먼이었다.
올해 국내에서는 업체 7곳(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한미약품, 대웅제약, 휴젤, 제넥신)이 발표 기회를 갖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메인 트랙인 그랜드볼룸에서 PT를 실시하는데 각각 김태한 사장과 서정진 회장이 직접 발표를 맡는다. 첫 메인트랙 발표 기회를 갖는 셀트리온이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두 타임 뒤에 진행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년째 그랜드볼룸에 배정이 됐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빅2'로 불리는 양사인만큼 발표 순서를 둘러싸고 미묘한 자존심 경쟁이 감지되기도 했다. 나머지 5곳은 같은 날 이머징마켓 트랙에서 발표를 진행한다. 행사장이 32층 미션베이(Mission Bay)라는 점에서 그랜드볼룸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 접근성이 안좋은 만큼 참석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JP모간은 행사의 품위 유지를 위해 꾸준히 퀄리티컨트롤(quality control)를 실시한다”고 했다. 행사장이 비좁다는 지적에도 38년째 Westin St. Francis Hotel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모간스탠리 등 여타 글로벌 IB가 비슷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JP모간 컨퍼런스와 같은 권위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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