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CEO 공백, 영업전선 불안감 '증폭' 20일 임원인사 예고 "원샷 인사는 어려울 듯"...영업현장 의사결정 지연
손현지 기자/ 진현우 기자공개 2020-01-13 14:09:27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3일 11: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의 윤종원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 행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영업전선에 있는 직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생각보다 조직개편은 소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직원 인사 시기가 예년보다 늦춰지면서 영업 현장의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취임한 지 11일째인 윤종원 신임 행장의 업무 적응 시간을 고려했을 때 임원부터 영업점 직원까지 한꺼번에 인사를 단행하는 '원샷 인사'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내부 직원들의 심리적인 불안감 또한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오는 20일 부행장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미 IBK계열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종료된 만큼 하루 빨리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인선절차를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 외의 지점장, 과·차장급 인사 일정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윤 행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원들의 역량, 조직 전체와의 밸런스를 제대로 파악한 뒤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며 "아직 직원들과의 접점이 많지 않은 탓에 원샷 인사는 무리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상적으로 기업은행의 상반기 정기 인사는 1월 중순경 치러진다. 작년에도 1월 15일, 원샷 인사 형태로 진행된 바 있다. 인사 시즌에 본인의 거취를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무가 느슨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의 취임식이 지연되면서 직원들의 심리적인 동요가 크다는 점이 문제"이라며 "연초 영업추진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영업점이나 과·차장급 인선 시기가 지연되면서 제동이 걸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3년 전 김도진 행장의 경우 취임식을 통해 경영목표를 공고히 했다. 비이자이익·해외이익 20% 달성을 목표치로 설정하면서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윤 회장의 경우 취임식 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그가 실제로 어떤 경영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가늠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자금애로를 겪는 중소기업 지원업무가 주춤할 수 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불안한 경기, 금융업 전망 속에 우량 중소기업 대출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다. 줄곧 1위 지위를 지켰던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서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은행이 발표한 '2019년 3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중기대출 시장점유율은 22.6%로 2분기보다 0.02%포인트 줄어들면서 시중은행과의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예대율 규제에 대응하고자 시중은행들이 기업은행의 '텃밭'이었던 중기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배경과 맞닿아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 속에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을 발행하면서 가졌던 자금조달 경쟁력도 시장금리 인하로 많이 상쇄됐다. 동산담보금융 활성화 등 중소기업 특화전략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대내외 경제 불안요인이 가중되면서 수익성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지난 3분기 8.39%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로 업종별 연체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점도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수행하는 국책은행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나 특수은행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정책금융 기능에 대한 의무와 동시에 시중은행과 같은 기준으로 수익성, 건전성 등을 평가받는다. 즉 기업은행 직원들의 DNA 자체가 국책은행과 영업점에 기반을 둔 시중은행이 반반 섞인 형태인 셈이다. 그래서 지점 직원들은 인사 조치가 상당히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직원이 행복한 은행'을 모토로 삼고 있다"며 "하지만 (노조 집회로 인해) 행장 취임이 지연되면서 직원들은 본인의 거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불안감 속에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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