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훈 VIG 부대표, 1세대 PE 주축으로 우뚝 [매니저 프로파일]보고펀드 막내서 파트너로 성장
한희연 기자공개 2020-01-22 11:43:23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0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업가를 꿈꾸던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자신의 회사를 창업했다. 사업가로의 꿈이 너무나 확고했기 때문에 주저없이 전공도 경영학과를 선택했다.대학에 입학했던 때는 1차 IT버블이 생겼다. 시대의 분위기를 따라 군대 제대후 IT 솔루션 업체를 만들었다. 영업사원과 본사간 간극을 메꿔주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PRM (Partner Relationship Management) 솔루션 업체였다.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회사가 버틴 건 3년뿐이었다. 소위 말해 쫄딱 망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념적으로 너무 좋은 솔루션인데 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원인을 알기 위해서 사장이 아닌 직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사업이 잘 되도록 도와 주는 컨설팅회사의 문을 두드린 것은 이 때문이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턴트 경력은 그렇게 시작됐다.
3년간 컨설턴트로 지내며 여러 기업의 경영자문과 M&A 자문을 맡았다. 그러면서 첫 사업의 실패 원인도 깨달았다. PRM 솔루션의 경우 개념은 좋았지만 결국 우리나라 시장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었다. PRM이 필요한 곳은 복잡하고 큰 기업인데 그런 곳이 벤처기업의 서비스를 쓸리 만무했다. 반대로 작은 기업의 경우 비용을 들여 PRM을 이용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
사업 실패의 원인을 알게해 준 컨설팅 회사였지만 뭔가 해갈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경영 경험을 비춰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돈이라는 것을 체득했다.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접점에서의 경험을 하고 싶었다. 때마침 2005년 국내에 처음 사모투자운용회사(PEF) 법이 제정됐다. 업의 특성상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을 쥐고 있는 동시에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결단을 단행해야 한다는 점에 이끌렸다. 신창훈 VIG파트너스 부대표(사진)는 그렇게 한 회사에서 16년째 몸담았다.
◇보고펀드서 VIG로 재탄생…값진 경험 준 동양생명 투자
PEF 법이 제정된 지 16년. 국내에도 크고 작은 운용사들이 생겨났다. 각기 다른 색깔과 철학을 가지고 투자활동을 하는 시장에서 VIG파트너스는 하우스 색깔이 상당히 강한 곳으로 손꼽힌다. '중소·중견기업의 바이아웃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갖기까지 수많은 투자활동을 경험했고 여기엔 성공도, 실패도 있었다.
하우스 색깔에 맞게, 성장단계 중 대기업보다는 그 직전 단계의 기업들과 주로 소통하고 이들을 타깃으로 삼는 투자를 많이 했다. 주로 개인 오너가 운영하고 있다거나 발전 단계가 애매한 시점에 있는 회사들이었다. 자연스레 VIG파트너스는 다른 여느 PE 하우스보다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Hands-on) 투자에 능한 하우스로 거듭났다.
핸즈온을 많이 하는 하우스에서 버텨낸다는 것은 의지와 노력 뿐 아니라 적성도 일정부분 작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신 부대표는 VIG파트너스의 색깔이 개인의 적성과 잘 맞아 떨어진 케이스다. '사업가 정신'을 추구한다고 말할만큼 포트폴리오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이 한번에 몰렸을 때 이를 세세하게 컨트롤 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보다는 희열을 느끼는 성격이랄까. 가장 어려웠던 투자경험을 물어보는 질문에 결국 그 해결과정이 가장 재밌었다고 답하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그의 16년 경험에서 손꼽히는 '애증'의 투자자산은 단연 동양생명이다. VIG파트너스는 보고펀드 시절인 2006년 5월 동양생명에 투자했다. 이후 2009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2015년 중국 안방보험으로의 매각 등을 통해 엑시트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후 안방보험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국제 중재 사건 등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남아 있는 상태다. 투자 기간 10여년을 넘어 15년째 아직도 손을 완전히 떠나지 않은 자산인 셈이다.
동양생명 투자당시 신 부대표는 보고펀드의 막내였다. 자연스레 보고펀드의 모든 초기 포트폴리오의 투자작업에 관여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동양생명은 투자 기간동안 모기업이었던 동양그룹이 없어지는 등 워낙 사건사고가 많았다. 따라서 계열분리나 로고변경, 경영진 선임 등 PEF가 투자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례를 몸소 체험했다. 10여년간 투자과정에서 두번의 금융위기를 겪으며 금융사가 받는 대다수의 경우의 수를 고스란히 체득해본 셈이다.
◇파생되는 투자처…동양생명→좋은라이프, 버거킹→윈플러스
하나의 시장에 '푹 담겨져' 경험치를 쌓다보면 관련 시장 내 투자 유망 지점에 대한 '촉'이 발달하게 마련이다. 동양생명의 경험을 보유한 VIG파트너스가 두번째로 선택한 금융업 투자처는 상조회사다. 3호 펀드의 첫번째 투자인 좋은라이프는 현재 신 부대표가 적극적으로 핸즈온 하고 있는 기업이다.
상조회사는 보험사보다 역마진 리스크는 적지만 구조는 비슷하다. VIG파트너스는 특히 상조업이 현재 구조조정의 트렌드에 진입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상조회사는 80여개 정도. 이조차 좋은라이프에 처음 투자했을때보다는 많이 줄어든 수치다. 시장구조 상 어떻게든 중소업체의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게 신 부대표의 전망이다. 돌려 말하자면 PEF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인 시장인 셈이다.
3호 펀드에서 신 부대표가 담당하는 또 다른 큰 포트폴리오는 식자재 유통회사인 윈플러스다. 이 또한 과거 버거킹 투자 경험이 상당한 배경이 됐다. 버거킹은 외식업체이지만 내부적으로 케이터링 비지니스가 일부 있었다. 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다보니 B2B식자재 유통업 성장성에 대해 한발 앞서 눈을 뜰 수 있었다.
전망 좋은 시장을 먼저 발견했다고 반드시 좋은 업체를 골라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결국 좋은 딜을 만나기 이전에는 반드시 몇년을 두고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있었던 한화 외식사업부 인수가 대표적인 예다. 겉으로만 놓고 보면 옥션으로 진행되던 한화 외식사업부 매각 과정에서 본입찰 이후 마땅한 우협이 없자 막판에 VIG파트너스가 깜짝 등판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VIG파트너스는 이미 몇년전부터 한화와 접촉하고 있었다. 혹시나 매각 생각이 있으면 연락달라는 시그널을 계속 줬다. 한화는 매각을 결심하고는 이를 알려왔고, 옥션으로 딜 방식이 결정돼 일단 적극적인 참여를 하진 않았으나 VIG파트너스는 계속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결국 딜 막판까지 남아있던 CJ프레시웨이와의 협상이 무산되자, 기회를 포착해 원했던 회사를 손에 넣었다.
중소·중견기업 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너의 속내 파악이다. 이런 속내는 오랜 시간을 투자 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오너들의 고민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건강상의 문제, 후계를 둘러싼 가족간 분쟁, 동업자나 주변인들의 배신 등이다. 이런 고민은 쉬이 제3자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오랜기간 관계를 쌓아나가야만 결국 깊은 고민거리를 알게 되고, 그제서야 PEF로서의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포트폴리오 관리의 핵심 키워드, 지향점과 사람
긴 시간을 들여 투자를 단행할 때 신 부대표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두 가지다.
우선 운용에 있어 확실한 방향성을 설정한다. "바이아웃 PEF 매니저는 사업가가 아니고 자산운용가"라고 강조한다. 펀드 만기에 대한 제약을 갖고 어쨌든 수익을 내는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어떻게 엑시트를 하고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투자기간 내에 포트폴리오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매니저의 사명이다. 명확한 지향점이 없다면 경영진과의 의사소통도 애매모호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포트폴리오는 산으로 갈 공산이 크다.
두 번째 중점사항은 바로 사람이다. 특히 투자 초창기 경영진과의 궁합은 딜의 성패를 가른다고 믿는다. 이와 관련해서 1세대 PEF로의 장점은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간 쌓여온 투자 경력에 비례해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의 인력풀을 상당부분 확보하고 있고, 이들과의 궁합도 어느정도 맞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PEF 매니저는 현재 투자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관리와 동시에 새로운 매물을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어찌보면 상당히 복합적인 일을 수행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신 부대표는 최근 헬스케어 섹터에 관심이 많다. 특히 병원의 뒷단에서 운영을 관리해 주는 업체들은 상당히 구미를 당기는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미 5~6년 전부터 시장을 스터디하고 네트워크를 쌓아오고 있다.
또 다른 분야는 반려동물 시장이다. 펫 시장 또한 신 부대표가 관심을 갖고 여러 탐색을 지속해 온 시장이다. 심지어 과거 강서 지역에서 특정브랜드의 펫사료 판권을 보유, 간접적으로 이를 운영해 보기도 했다. 다만 국내 펫 시장은 규모나 구조 면에서 아직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긴 무르익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PEF 매니저로 16년차를 지내는 신 부대표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케이스라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여기까지 왔는데 다행히 적재적소에 알맞는 직장을 만나온 삶이었다는 얘기다. 또 꽃길만 걷지 않고 부침 등도 적절히 겪으며 PEF 1세대로서의 경험치를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잘 쌓아온 것 같다는 소회다.
하지만 이 모든 결과는 운으로 치부하기에 그는 너무 치열하게 산다는 것이 또 외부의 평가다.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과 사교성 등이 결국은 적절한 기회와 노력에 더해 신 부대표를 이 자리로 이끌었다. '에너자이저'라는 평가를 받는 신 부대표는 설립 당시부터 원년멤버로 일해온 회사에서 지난해 '파트너(부대표)'로 승진했다. 국내 1세대 PEF의 막내로 입사했던 과거 창업 꿈나무는 어느덧 조직의 중심축으로 성장, 국내 PEF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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