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기업 몸값(밸류에이션)이 폭등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년째 벤처육성 정책을 이어나가면서 유동성 공급 규모는 해마다 최대치를 갱신해나가고 있다. 소위 돈이 풀려버린 발행시장의 몸집은 유통시장을 압도한 지 오래다. 상장기업보다 비싼 비상장 기업들이 즐비하다.역설적인 몸값은 비상장 기업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건 시리즈B·C 단계 기업들이다. 오히려 한 단계 더 성장한 프리IPO나 스케일업에 접어든 동종 기업보다도 비싼 경우가 많다.
유례 없는 현상에 벤처캐피탈도 해법마련에 분주하다. 대표적인 변화가 팔로우온(후속투자) 확대다. 많은 투자처에 분산해 자금을 투자했던 과거와 달리 똘똘한 소수 투자처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똘똘한 회사를 찾기만 한다면 다음 투자유치 단계에서는 다른 투자회사들도 합류할 거란 확신도 밑바탕에 깔려있다.
주된 타깃은 비교적 몸값이 저렴한 시리즈A 단계 회사들이다. 성장 단계별로 쫓으면서 자금을 투입한다. 주식매입단가를 낮추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성장하는 기업에 대한 누적 투자는 벤처캐피탈이 가져갈 수 있는 회수이익 극대화로 이어진다.
물론 반대급부도 있다. 계획보다도 회사의 성장이 더디거나 틀어졌다면 돌아오는 리스크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은 자본시장 어떤 금융회사보다도 리스크를 즐기는 모험자본이다. 원금과 이자를 회수했다는 건 벤처캐피탈에게 자랑거리가 아니다. 수배, 아니면 수십배의 회수이익을 거두는 게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여러 포트폴리오가 실패해도 잭팟 하나가 모든 걸 만회하고도 남는다.
향후 돌이켜보면 지금의 고밸류에이션 현상은 국내 벤처투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듯 하다. '버블'인지 '성장통'이었는지는 그때서야 판가름날 것이다. 팔로우온으로 잭팟 사례가 이어져 '성장통'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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