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조달 재개, 흥행 속 아쉬움 공존 [Deal Story]안전자산 부각, 최저 스프레드 달성…벤치마크 역할 '글쎄'
피혜림 기자공개 2020-02-07 13:05:05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6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글로벌본드 발행을 재개해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하반기 주관사 선정 관련 수사 등으로 발행이 주춤했으나 시장을 다시 찾아 남다른 위상을 입증했다. AA급 우량 크레딧과 국책은행이라는 지위 등에 힘입어 가산금리(스프레드)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끌어내렸다.다만 아쉬움도 남는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그동안 한국물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이번 조달에서만큼은 예외적인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채권시장 반등에도 아시아물 조달이 이어지지 않자 일정을 지연하는 등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시장 개척에 앞장서기보다는 안정성에 치중했다. 그동안 보였던 한국물 맏형으로서의 면모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견고한 위상 입증, 최저 스프레드 경신
한국수출입은행은 6일 새벽 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트랜치(tranche)는 5년물이다. 스프레드는 미국 5년물 국채에 47.5bp 더한 수준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글로벌본드 발행에 나선 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한국물 발행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해 하반기 경찰이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증권사들로부터 접대·향응 등을 받은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돌입하자 적극적인 조달에 나서지 못한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는 배경이다.
각종 의혹에 대응해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번 조달에서 신뢰 회복에 나섰다. 수출입은행은 한국물 담당 부서 외에 다른 부서 직원을 포함한 평가위원회를 신설해 주관사 선정 작업의 투명성을 높였다.
평가위원회 등을 통해 지난달 한국수출입은행은 BoA메릴린치와 JP모간,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과거 달러채권 딜에 유럽계 하우스들을 포함시켰던 것과 달리 이번엔 미국계 하우스만을 선정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반년여 만에 글로벌본드 발행을 재개한 결과는 성공적이다. 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을 거쳐 투자자를 모집한 결과, 7배에 달하는 32억달러 규모의 주문이 몰렸다. 흥행에 힘입어 2008년 이후 최저 스프레드(5년물 기준) 기록을 경신했다. AA급 우량 크레딧과 국책은행이라는 지위 등에 힘입어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인정받은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소극적 자세, 일정 지연…한국물 프라이싱 중복 '이례적'
한국물 벤치마크 기관으로서의 역할은 다소 미흡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당초 한국수출입은행은 3~4일께 프라이싱에 나설 예정이었다. 한국물 이슈어들이 3일과 4일 조달을 피하게 된 이유다. 한국물의 경우 투자 수요 분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달러채 프라이싱 일정을 겹치지 않게 배정한다.
문제는 해당 시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등으로 글로벌본드 발행에 나서는 아시아 기관이 '제로(0)'에 수렴했다는 점이다. 보름 가까이 발행이 재개되지 않자 아시아 기관들은 더욱 조달에 나서지 못했다. 프라이싱 기준으로 삼을만한 시장 지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발행량은 급감했지만 시장 분위기가 반등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한국수출입은행의 조달 재개를 기대했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 등으로 3일을 기점으로 미국 증시 등이 코로나 바이러스 쇼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이슈어들의 달러채 프라이싱 역시 흥행을 거듭했다. 아시아물로는 압도적인 크레딧(AA)을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조달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은 시장 개척보다 안정성에 방점을 뒀다. 아시아물로서의 통로 개척에 앞장서기 보단 안정적인 조달 시기를 가늠하는 데 집중했다.
결국 한국수출입은행은 아시아물 발행이 재개된 5일 프라이싱에 나섰다. 이는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조달을 계획한 시기였다. 한국계 기관 두곳이 동시에 등장하자 아시아 투심은 다소 분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이번 딜에서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아시아·유럽 배정 비중은 16%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통상적으로 아시아와 유럽 배정 비중이 30%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 6월 조달 당시엔 중국계 투자 수요에 힘입어 해당 비중이 50% 가까이 늘기도 했다. 다행히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미국 투자 수요를 흡수해 흥행에 성공했지만 한국물 시장에선 이례적으로 글로벌본드 동시 조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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