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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LG화학 의장, 오랜 '책임경영' 막 내리나 2010년부터 매년 사들인 자사주 처분… 신학철 부회장 자사주는 '0'

이아경 기자공개 2020-02-21 07:18:58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의 최장수 CEO였던 박진수 이사회 의장이 보유 주식을 매도하면서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박 의장은 2010년부터 매년 자사주를 매입하며 강한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해 왔다. 오랜 시간 투자자들과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줬다는 평가다.

박 의장은 최근 한 달 사이 세차례에 나눠 보통주 5350주 전량을 장내매도했다. 우선주 3027주 중에선 1000주만 남겨놓고 지난 6일, 12일에 나눠 2027주를 팔았다. 총 8377주 가운데 7377주를 판 것이다.
2018년 박진수 전 부회장이 사내 전시회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LG화학>
박 의장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총 13차례에 걸쳐 보통주와 우선주를 골고루 장내매수했다. 석유화학사업본부장 시절 처음으로 보통주 760주를 샀고, 2012년 말 LG화학의 CEO가 되기 전 그해 4월 보통주 2020주를 매입했다. 2016년에는 총 4번에 걸쳐 보통주 700주, 우선주 650주를 매수했으며, 2018년 4월 마지막으로 우선주 1500주를 샀다.

박 의장은 자사주 매입으로 뚜렷한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계속 드러냈다. 오너 경영인의 경우 지분율 확대는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박 의장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전달하고, 내부에는 실적과 성과 창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실제 박 의장은 1977년 당시 럭키로 입사해 2018년까지 42년간 근무하며 LG화학을 글로벌 톱10 화학기업으로 만튼 LG의 상징적인 경영자로 통한다. LG화학 대표이사를 맡은 지 2년만에 부회장으로 파격 승진하기도 했다. LG화학의 매출도 2012년 23조원대에서 2018년 28조원대로 성장했다.

다만 박 의장의 평가차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박 의장이 주식을 샀던 시점의 매입단가와 매입 주식 수, 그리고 최근 매도단가와 매도 주식 수의 평가액을 비교하면 차익은 1억1552만원 정도다. 남은 우선주 1000주까지 더하면, 지난 19일 종가(20만9000원) 기준으로 총 3억2452만원의 차익이 발생한다.

박 의장은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의장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임기는 2021년 3월까지지만, LG그룹 전직 고위 임원들과 함께 만든 스타트업 컨설팅 그룹 '엔젤6+(ANGEL6+)'에 전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의장이 나머지 주식을 다 팔면, 사내이사 중 LG화학 주식을 가진 사람은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유일해진다. 정 사장은 2016년 LG화학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시절 보통주 600, 우선주 200주를 장내매수했다.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 CEO로 적을 옮겼지만 LG화학 주식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은 2019년 1월 CEO이자 사내이사로 취임했지만 자사주 보유는 전무한 상태다. LG화학의 사내이사진은 박 의장과 신 부회장, 정 사장 등 3명이다. 사외이사 중에는 차국헌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 교수가 유일하게 LG화학 주식을 보유 중이다.

신 부회장의 행보는 잇따라 자사주를 매수하는 임원들과 대조돼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해 말 전지사업본부장인 김종현 사장과 전지·경영전략총괄 장승세 전무는 각각 보통주 46주와 169주를, 석유화학·생산기술총괄 이종구 전무는 우선주 50주를 장내매수했다. 이밖에 지난 1년간 경영혁신총괄 장성훈 전무, 석유화학연구소장 한장선 부사장, ABS사업부장 정찬식 부사장 등 10여명 이상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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