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치에프알 떠난 네이블, '코비코 체제' 리스크 부각 [오너십 시프트]③사업영역 달라 시너지 제고 방안 물음표…코비코 '묵묵부답'
방글아 기자공개 2020-04-13 08:00:42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9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 유무선통신 솔루션기업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네이블)가 격변기를 겪고 있다. 네이블의 모기업 엔텔스를 인수한 ICT 장비업체 에치에프알이 지분 일부만 남기고 새로운 최대주주 코비코에 경영권을 넘겼기 때문이다.직전 주주총회에서 5G 분야에서 '에치에프알-엔텔스-네이블' 합종연횡 계획을 밝혔던 에치에프알이 손을 털고 나가면서 사업 방향에도 리스크가 확대됐다. 특수차 제조사 코비코와는 사업 영역이 상이해 대대적인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블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심재희 대표→엔텔스→네이블'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에치에프알이 엔텔스 인수를 결정하며 지배구조 변화가 예고됐다. '정종민 대표→에치에프알→엔텔스→네이블' 구도가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 2월 코비코가 장내에서 네이블 주식을 대량 사들이며 예상치 못하게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이에 '조광철 대표→코비코→네이블'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당시 심 대표를 상대로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한 2대주주 코비코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경영권 방어에 나선 에치에프알은 네이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 장악 카드를 꺼냈다. 엔텔스 인수대금 납입을 마무리 짓기 전인 지난달 19일 에치에프알은 "엔텔스 인수절차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이때는 엔텔스가 3자 간 협업 청사진을 제시하며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던 시기다. 엔텔스는 "프라이빗 5G 시장에서 에치에프알-엔텔스가 협력해 통합 마케팅을 진행하고 이 사업에 네이블 융합통신 솔루션을 접목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소액주주 표심은 에치에프알로 쏠렸다. 지난해 말 폐쇄된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정기 주주총회에 열린 점도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네이블 이사회는 한성현 에치에프알 OG그룹 부그룹장을 포함 에치에프알 측 신규 인물 4인으로 채워지면서 이사회 장악에 성공했다.
에치에프알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소유와 경영이 합치하지 않는 구도가 오래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금 여력을 감안, 네이블 지분을 추가 매수하기보다는 물밑에서 매각을 검토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최대주주에 오른 코비코가 언제든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주명부 기준으로 주주총회가 소집되면 코비코가 보유한 지분(특수관계자 포함) 39.2%를 기반으로 어렵지 않게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이에 에치에프알은 정기 주주총회 이후 코비코 접촉에 나섰다. 엔텔스가 보유한 남은 네이블 주식을 인수하고 공식적으로 경영권을 양수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첨예한 자료 싸움이 이어지던 경영권 분쟁 소송도 한동안 잠잠해졌다. 담당 재판부 또한 결정을 미룬채 양사의 합의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지난 8일 엔텔스가 코비코에 네이블 보통주 157만7579주를 118억5000만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분쟁은 일단락됐다.
주당 양수도가는 7512원으로 적잖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책정됐다. 이번 계약으로 코비코는 네이블 발행주식총수 대비 63.3%에 해당하는 413만4579주를 확보했고 자연스럽게 앞서 제기한 소송도 취하했다.
코비코가 내달 22일 잔금 58억5000만원만 납입하면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네이블 경영권을 꿰차게 된다. 이르면 이달 중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회도 새롭게 구성할 예정이다. 에치에프알과 코비코 양측의 합의로 네이블 경영권 관련 리스크는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사업 관련 리스크는 반대로 확대됐다. 에치에프알과 달리 코비코는 네이블과 겹치는 사업영역이 사실상 전혀 없는 데다 연관성도 거의 없는 탓이다. 특수차 부품과 군용차를 전문 생산하는 코비코가 융합통신 솔루션을 주된 사업활동으로 영위하는 네이블과 어떠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네이블은 엔텔스와 내부거래를 통해 연간 8억~9억원가량 매출을 내왔다. 이 같은 매출은 이번 경영권 이전으로 끊길 전망이다. 기존 고객사와의 매출 관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네이블 고객사는 신뢰 관계가 구축되지 않을 경우 거래를 이어가기 어려운 통신사업자와 관공서가 주를 이룬다.
SK텔레콤 출신 심재희 대표 경영 체제에서는 창업주의 통신업계 이해를 바탕으로 거래가 비교적 탄탄하게 이어져 왔다는 평가다. 에치에프알 정종민 대표 역시 SK텔레콤 출신으로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에서도 소프트랜딩(Soft-landing)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
특히 네이블의 경우 2017년 영업적자 65억원을 기록한 뒤 현재까지 적자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치에프알과 협업을 통해 프라이빗 5G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기대가 실렸지만 모든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반면 코비코는 네이블 최대주주에 오른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네이블과 시너지 제고 방안을 포함해 어떠한 경영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당일까지 에치에프알과 만남도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코비코는 특수관계자 외 개인주주가 없는 비상장사로서 공시 의무가 없다. 주 거래처 또한 방위사업청 등 특수기관에 두고 있어 일반 소통 채널도 두고 있지 않다. 이번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전후해 사업전략 등을 묻기 위해 코비코 측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에이원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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