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 끝 투자가로 안착, 이관훈 프랙시스 대표 [매니저 프로파일]해운사-음악PD-컨설팅 거쳐, 중견PE 도약 발판 마련
노아름 기자공개 2020-04-21 16:09:55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곡가를 꿈꾸던 청년은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음악인'의 삶을 살았다. 음반 제작을 총괄하는 프로듀서로 활동했지만 사모투자(PE)업을 향한 동경은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중견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이하 프랙시스캐피탈)를 이끄는 이관훈 공동대표(사진)의 이야기다. 30대 초반 투자업계로 노선을 튼 뒤 인수·합병(M&A) 시장에 뿌리내리기까지 그는 역동적인 시기를 보냈다.
◇성장 스토리: 전환점 마련위해 고군분투, MBA로 터닝포인트
경제학도였지만 강의실보다는 영화와 음악 동아리실이 더 편했다. 4학년 졸업을 앞두고는 대학 음악 동아리 선후배들과 함께 아예 팀을 꾸렸다. 1997년 현대상선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한동안 낮에는 회사, 저녁에는 녹음실을 오가는 생활을 이어갔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는 이 대표의 삶에 변곡점이 됐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고민할 즈음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찾기 위해 첫 회사를 그만뒀다. 현대상선에서 3년간 판매했던 20척의 선박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SM엔터테인먼트의 채용 공고문을 확인했다. 그간 썼던 곡과 녹음했던 파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직접 찾아갔다.
다만 음반시장이 급변하며 이 대표는 어렵게 입사한 SM엔터테인먼트에서 약 반년 만에 퇴사했다. 온라인 콘텐츠의 유료화 모델을 만든 SBS콘텐츠허브(옛 SBSi)에서 콘텐츠유통 전략기획과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았다. 터전을 옮겼지만 제대로 된 길을 가는지에 대한 고민을 지울 수 없었다. 경영대학원(MBA) 진학을 준비하기 시작한 건 이 무렵이다.
이 대표는 "막연하게 접했던 PE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투자업계로 이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MBA에 진학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정량점수를 높이고 에세이를 다듬었다"고 말했다.
해외 MBA의 문을 두 해에 걸쳐 두드린 끝에 이 대표는 2005년 미시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꼭 맞는 옷을 찾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전화위복의 계기였다. 정통 금융맨을 선호하는 투자은행(IB)과는 달리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컨설팅사에서 이 대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MBA 졸업 이후 이 대표는 베인앤컴퍼니에서 인턴을 시작하며 투자업계에서 담금질을 시작했다.
베인앤컴퍼니 재직시절 경험한 '빅딜'은 그가 투자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었다. 2009년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오비맥주 딜이 대표적이다. 당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던 맥주 브랜드는 하이트(Hite)였지만 베인앤컴퍼니의 설문에 따르면 서울지역 20~30대의 맥주소비량에 따라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인 카스(Cass) 시장점유율이 뒤집힐 여지가 충분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KKR을 도와 오비맥주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는데 일조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성장가능성·기업가치 제고에 방점
앞선 경험은 투자철학을 정립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베인앤컴퍼니에서 여러 PEF 운용사의 투자사례를 접하며 재무적투자자(FI)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동시에 피투자기업에 대한 경영참여와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개선 가능성이 명확하게 보일 때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이는 그가 실제 PEF 운용사로 자리를 옮긴 뒤 여러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지킨 불문율이다.
이 대표의 트랙레코드를 살펴보면 투자기업의 산업군이 다양하다. 다만 공통점은 명확하다. 재무적투자자(FI)가 밸류애드(Value add)할 경우 기업가치가 제고될 여지가 충분한 곳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이 그것이다. 이는 가전업체, 정보통신(IT)업체, 바이오회사 등의 바이아웃(buyout) 딜과 그로쓰캐피탈(Growth Capital) 투자, 상장전지분투자(Pre-IPO) 등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며 체득한 철학이다.
이 대표는 "식자재유통회사의 영업·마케팅 부서 운영성과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당시 연간 5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로드맵을 도출했다"며 "수요 공급에 따른 시장변화를 예측하는 등 분석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기업가치 개선 가능성을 파악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투자철학은 프랙시스캐피탈의 인수후통합(PMI) 작업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프랙시스캐피탈은 △투자검토 단계부터 3가지 핵심과제를 선정하고 △3년 동안 이를 집중적으로 실행한 뒤 △투자대상 기업가치를 3배로 높인다는 '트리플3 프로그램(Triple 3 Program)'을 가동해 PMI 작업을 구체화해오고 있다.
◇트랙레코드 1: PE 첫발 내딛은 뒤 독립하기까지
2013년 프랙시스캐피탈의 간판을 내걸기 전까지 이 대표가 거쳐 온 PE는 총 세 곳이다. 가장 먼저 IMM인베스트먼트를 택했다. 2010년 봄 본격적으로 IMM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사이드(Buy Side)에 자리했다.
IMM인베스트먼트에서는 여러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블라인드펀드 결성과정을 함께했고 산업용장갑 제조사 마이다스 경영권 지분을 인수해 턴어라운드 전략 수립 등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이외에도 특수표면처리전문사 제이미크론, 차량용 부품제조사 이원컴포택, 산업설비 제조사 원방테크 등 다양한 산업군에 투자를 함께하고 2011년 겨울 SBI프라이빗에쿼티에 투자담당 이사로 새둥지를 틀었다.
SBI프라이빗에쿼티에서는 제약업체 동아제약 투자에서 회수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2013년 카무르파트너스에 잠시 합류했다. IMM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했던 코캄 딜(2011년)이 곽준영 카무르파트너스 대표와의 인연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카무르파트너스에서 모델솔루션 투자를 마무리한 뒤 같은 해 5월 윤준식, 라민상 공동대표와 의기투합해 프랙시스캐피탈을 차렸다.
◇트랙레코드 2: 프랙시스, '루키'서 중견PE로 자리매김
프랙시스캐피탈은 베인앤컴퍼니에서 동고동락하던 이들이 모인 독립계 PE 하우스다. 한국콜마, 유빈스, 씨에스엘솔라 등 초창기 투자자산은 대다수 회수가 완료됐고 호전실업 및 리디 등 일부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부분 회수 혹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총 7개의 펀드를 결성해 총 16건의 투자를 집행했다. 컨설팅회사를 비롯해 IB, 공학박사, 변호사 등 다양한 영역에 기반을 둔 전문가들이 프랙시스캐피탈에 속속 모여들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이 대표는 "프랙시스캐피탈의 운용인력은 항상 전략을 먼저 세워놓고 움직인다"며 "국내외 정세를 감안하고 향후 3~5개년 목표를 수립해 실천하고 있어 다른 운용사와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 최근 프랙시스캐피탈은 중견 PEF 운용사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았다. 내부적으로도 "목표를 초과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로 자금조달(펀딩), 투자회수(엑시트), 신규투자 등 모든 영역에서 고루 성과를 냈다. 설립 7년차 만에 맞이한 겹경사였다.
◇업계 평가: 블라인드펀드 설정 주역, 다양한 경험이 자양분으로
지난해 12월에는 5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당초 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출자자(LP)로부터 잇단 선택을 받으며 결성액을 늘렸다. 우정사업본부를 시작으로 성장지원펀드를 비롯해 교직원공제회, 국민연금, 산재보험기금 등 큰손 기관들의 사모대체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결과다. 1호 블라인드펀드(2015년·1060억원), 2호 블라인드펀드(2017년·1827억원)에 비해 대폭 증액됐다.
하우스 내 여러 운용역들이 고군분투했지만 특히 이 대표의 네트워킹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에는 블라인드펀드를 설정하려는 여러 운용사가 각축전을 벌였기 때문에 이른바 '정보전'이 중요했었다는 후문이다.
PE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는 프랙시스캐피탈이 사모대체 운용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 제출시 출자기관 별 공략 포인트 파악에 주력했다"며 "기존에 쌓아뒀던 LP 네트워킹이 결정적 순간에서 하우스에 도움을 줬던 셈"이라고 말했다.
펀딩 이외에도 이 대표의 이력은 하우스의 투자활동의 가늠자 역할을 했다. 프랙시스캐피탈이 투자처를 발굴하고 향후에 투자금을 회수할 시기에 빛을 발했다는 의미다. 국내 산업발전 단계에 따라 제조업 혹은 IT, 엔터테인먼트 등 영역이 각광받기 마련인데, 이 대표는 PE업계에 발 들이기 이전 여러 영역을 경험했기 때문에 해당 산업군에 대한 딜 소싱도 활발하게 이어졌다는 평가다.
PE업계 관계자는 "프랙시스캐피탈의 트랙레코드를 살펴보면 운용사의 투자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이 대표의 경우 다양한 분야에서 발이 넓어 딜 파이프라인 또한 상당하고 이는 프랙시스캐피탈의 투자처 발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프랙시스캐피탈은 지난해 의류 제조·판매사 호전실업 보유지분 일부(3.75%)를 매각했으며 큐리어스, 큐캐피탈,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집행한 클럽딜 이랜드리테일은 약 23.3% 수준의 우수한 내부수익률(IRR)을 거둬 엑시트를 완료했다. 같은 해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업체 비즈니스온의 경영권 지분을 930억원에 매입했고, 이커머스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경영권 지분을 올해 매입했다. 이외에도 올 초에는 하우스 설립 이후 첫 해외 투자를 성사시켰다.
◇향후 계획: 후행 투자·회수에 속도조절
프랙시스캐피탈을 중견 운용사 반열에 올린 현재 그는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있을까.
우선 프랙시스캐피탈이 최근 블라인드펀드를 설정해 실탄을 두둑하게 장전한만큼 새해에는 시장현황을 지켜보며 투자금회수 작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여러 투자자산을 보유한 프랙시스캐피탈에 위기이자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
프랙시스캐피탈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시아스는 양념소스를 만드는 조미식품 제조사로 최근 가정간편식(HMR) 구매가 늘어 실적 반등의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산물뷔페 및 웨딩홀을 운영하는 토다이코리아는 엑시트까지 기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여지가 있다. 오프라인 음식점 업황이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지 전략수정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만전을 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 전자책으로 유명한 리디는 지난해 연말께 상장주관사를 교체하며 기업공개(IPO) 시점 조율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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