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 차입경영 1년만에 AA급 방어 시험대 [발행사분석]1분기 말 기준 하향 트리거 충족…신사업 성과 속도가 관건
이경주 기자공개 2020-06-04 15:30:11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3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케미칼(AA-, 안정적)이 역대 두 번째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직전 발행과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코로나19로 AA-급에 대한 투심이 위축된 가운데 포스코케미칼의 일부 재무지표는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등급 하향 트리거까지 충족했다.전기차 음극재 증설 등 신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탓이다. 향후 3년간 예정된 투자비만 1조5000억원이다. 1200억~1300억원 수준인 연간 EBITDA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됐다. 신사업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기와 규모에 따라 신용등급 방향성이 바뀔 수 있다는 진단이다.
◇AA-에 하향 트리거, 난이도 급증…1년 후 등급변동 가능성
포스코케미칼은 오는 4일 1500억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을 한다. 3년물에 1100억원, 5년물 400억원을 배정했다. 희망금리밴드는 3·5년물 모두 개별민평 대비 –30bp~+40bp를 가산한 이자율로 제시했다. 수요예측 흥행시 최대 2100억원으로 증액할 예정이다.
지난해 첫 발행 때보단 난이도가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다. AA-에 대한 투심이 상대적으로 열위한데다 포스코케미칼은 등급변동 가능성까지 내재된 탓이다.
코로나19 파장 이후 AA급에서 가장 낮은 구간인 AA-의 투심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등급이 떨어질 경우 위상이 전혀 다른 A급(A+)으로 전락한다. 부정적 아웃룩을 단 한화솔루션(AA-)이 지난달 수요예측에서 3년물 2100억원 모집에 600억원만 청약돼 대규모 미달을 기록한 것이 대표 사례다.
포스코케미칼은 등급변동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달 1일자로 진행된 회사채 정기평가(한국기업평가)와 본평가(나이스신용평가)에서 기존 등급 AA-와 아웃룩 ‘안정적’을 유지하는데 성공하기는 했다.
하지만 1년의 유예기간을 준 것이라는 것이 신평사 의견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코로나19로 기존사업은 위축된 반면 신사업으로 인한 대규모 투자비용 지출로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으로는 이미 하향 트리거에 진입했다. 한기평은 △순차입금/EBITDA 3.5배 초과 △EBITDA마진 8% 미만 지속 될 경우를 트리거로 제시했다. 올 1분기 기준 △순차입금/EBITDA는 3.5배 △EBITDA마진은 7.4%다. 나신평 트리거는 일부 해당됐다. 나신평은 △EBITDA마진 5% 미만 △순차입금/EBITDA 3배 초과 지속이 트리거다.△순차입금/EBITDA 3배(1분기 3.5배) 초과 지표만 트리거에 진입했다.
◇연간 내내 트리거 충족 전망…대규모 투자비 탓
신평사는 포스코케미칼이 올해는 연간 내내 하향 트리거에 해당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3년간 대규모 투자를 계획해 현금흐름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가 제강공정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으로 필요로하는 내화물과 생석회 납품하는 것이 전통사업이다. 더불어 포스코 제철소 로재시공과 정비, 화성공장 위탁운영 등 용역도 제공하고 있다. 탄탄한 고객사(포스코) 덕에 실적과 재무도 재작년까진 안정적이었다. 무차입 경영에 가까웠다. 2018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25%, 차입금의존도는 2.1%(총차입금 202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룹차원 신성장사업인 2차전지소재와 탄소소재 사업에 핵심 역할을 맡게 되면서 현금흐름 밸런스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차입경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설립 이후 처음으로 25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했다.
2차전지 음극재와 양극재 증설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018년 1047억원이던 자본적지출(CAPEX)이 지난해는 3115억원으로 커졌다. 코로타19 파장을 겪은 올 1분기에도 1001억원을 집행했다. 그 결과 총차입금은 올 1분기말 기준 4779억원, 차입금의존도는 28.4%로 급등했다.
신평사들은 향후에도 3년간 매년 5000억원 이상 자본적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금창출력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EBITDA는 2018년 1226억원, 지난해 1338억원 이다. 올해는 악화되고 있다. 올 1분기 EBITDA는 160억원으로 전년동기(219억원)에 비해 8.4% 감소했다.
코로나19 파장 탓이다. 한기평은 보고서에서 “내화물 제조정비 및 라임케미칼 사업은 철강산업의 성숙기 진입과 최근 코로나 19로 인한 전방산업 둔화, 유가 하락에 따른 화성제품 판가 하락 등으로 단기 영업실적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 된다”고 평가했다.
◇내년 신사업 성과가 관건…올해까진 적자구조
신평사들이 올 현금흐름 악화 추세에도 이번 평정에서 '안정적' 아웃룩을 유지한 것은 신사업 성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반대로 신사업 성과가 늦어질 경우 등급 하향압박을 받게 된다는 뜻도 된다.
신사업인 에너지소재부문(음극재, 양극재)은 매년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2016년 231억원에서 지난해 2190억원으로 커졌다. 올 1분기에도 870억원으로 전년동기(320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LG화학과 삼성SDI로부터 대규모 수주물량을 확보한 덕이다.
다만 아직까지 수익성은 갖추지 못했다. 에너지소재부문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마이너스 1.4%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증설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평사들이 1년의 유예기간을 준 배경이다. 내년부턴 신사업으로 창출되는 이익으로 재무부담을 상쇄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신사업 성과가 미진할 경우 재무개선을 위한 자구안을 실행해야 등급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 신평사 입장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투자규모가 워낙 커 올해까진 하향 트리거 지표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신사업으로 인한 신규이익 규모를 따지게 될 내년이 등급 방향성을 결정할 시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사는 재무부담을 낮출 수 있는 자구안은 이미 만들어 놨다. 자구안이 실행될 경우에도 등급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구안 실효성에 대해선 신사업 성과와 함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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