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기준' 대응하는 CJ대한통운의 자세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각 핵심지표별 '적극 설명'…준수율 논란 등 회피 목적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08 08:40:07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5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당사 정관과 이사회 규정상 의장은 이사회 결의로 선임할 수 있으므로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도 맡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당사는 이사회 의장이 아니더라도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정관과 이사회 규정을 명문화해 이사의 권한 및 투명성을 담보하고 있습니다."CJ대한통운은 최근 공시한 '2019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핵심지표 중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대해 이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박근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사회 독립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준수여부는 'X'로 표기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작년에 지배구조 관련 핵심지표 15개 중 10개를 이행했다. 준수율은 66.6%로 전년과 동일하다. 다만 부문별로 편차가 컸다. '감사기구' 관련 사항은 100%(5개 중 5개) 이행한 반면, 주주(4개 중 2개)와 이사회(6개 중 3개) 관련 내용은 각각 절반씩만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자의 경우 점수로 따지면 '50점'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다소 '억울한' 평가일 수 있다. 각 사별로 지배구조 개선 방향이나 목표,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미준수'인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준수율이 낮다는 이유로 자칫 개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특히 O, X로 이행 여부를 표기하니 지배구조와 관련된 '성적표'처럼 느껴지는 경향도 있다. 실제로 준수율을 기준 삼아 '만점'이나 '낙제' 등의 표현이 흔히 쓰인다. 물론 기업들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각 항목별 상세한 설명이 담겨있다. 하지만 분량이 수십페이지에 달하는 탓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요약본인 핵심지표만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사항을 '실시하는 것'과 '실시하지 않고 이유를 설명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이 개별 사정에 비춰 '미준수'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엔 부족함이 있다.
때문에 CJ대한통운이 위의 예시처럼 핵심지표에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 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적극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시그널이자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각 항목 외에도 실질적으로 기울이고 있는 관련 노력 등을 추가로 덧붙였다.
하나 더 살펴보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챔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가 '미준수(X)'다. 사내 규칙상 법령 등을 위한반 임원(및 후보자)의 경우 그 내용과 경력, 리더십, 경영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임 및 유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회사 측은 "법령 위반과 서약서 및 규정, 규칙 등 위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사리를 취한 경우 등을 징계 사유로 정하고 있다"며 "개별 사안에 따라 해임, 감급, 경고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사내·사외이사와 미등기임원을 선임하는 과정, 자체 검증 조건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한편 올해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 211곳이 이달초까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출을 완료했다. 시행 첫해(200개)였던 작년보다 11곳이 늘어났다. 보고서 공시는 금융위원회가 기업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 및 경쟁력 강화 등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전까지 '자율'이었던 규정을 개정하며 '의무'로 바뀌었다.
해당 기업들은 주주와 이사회, 감사기구 관련 10가지 핵심원칙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특히 준수를 장려하는 15가지 항목은 현황표에 준수여부를 O, X로 표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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