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컨버전 시대]홈플러스 안산점, 20년 장사 '마감'…주거공간 '재생'단일용도→융복합 공간 염두 개발 진화…네거티브 규제 전환 필요
신민규 기자공개 2020-06-09 11:02:11
[편집자주]
국내 디벨로퍼(developer) 업계에서 용도변경(컨버전, Conversion)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지엽적인 의미의 용도전환에서 나아가 기능을 상실한 노후공간을 필요에 따라 새롭게 탈바꿈하는 현상 자체를 아우른다. 도시개발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급격한 인구감소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소비, 재택근무 증가는 도심 공간의 기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천편일률적으로 용도지정을 하던 낡은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이 디벨로퍼 사례를 중심으로 '컨버전' 아이디어의 격랑 속으로 들어가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5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 안산점에서 초지역 방향으로 3㎞ 반경에는 3년간 4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 분양이 이뤄졌다. 인구유입은 대형마트 가치를 높이는 요소이지만 안산점은 20년 사업 마감을 눈앞에 뒀다.예전 같으면 대형마트의 입지를 공고하게 할만한 내용들이 이제는 주거공간으로써의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안산시 내 주거중심지역으로 교통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대형필지에 자연녹지지역이 인접해 있는 특징은 디벨로퍼의 '컨버전' 아이디어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안산점 입찰에 참여한 디벨로퍼는 주상복합시설 개발을 전제로 출사표를 던졌다. 엠디엠, 신영, 피데스개발을 비롯해 마곡, 송도, 청라일대 개발에 성공한 DS네트웍스도 이름을 올렸다.
홈플러스는 매수자가 개발 후 재입점을 요청할 수 있다고 투자설명서에 적었지만 디벨로퍼 대다수는 개발부지에 마트 기능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꼭 안산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형마트 단일용도만으로는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본 셈이다.
도심내 물류기능 강화로 마트나 할인점은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 코로나19는 이런 현상을 촉진시켰고 대형마트의 매물 출회로 이어졌다. 홈플러스는 안산점 외에도 대구 칠성점, 대전 둔산점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디벨로퍼 업계에선 기능을 상실한 대형마트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는다고 쳐도 물류가 대세로 자리잡은 트렌드를 감안하면 향후 집배송시설을 가미해 물류기능을 더하는 등 다른 용도와 함께 쓰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홈플러스 안산점은 2000년 준공된 건물이다. 대지면적 2만7138㎡(8209평)로 일반상업지역에 속한 정방형 대형필지다. 건축면적 2만312㎡(6143평)에 연면적 6만8876㎡(2만834평)로 기존 용적률은 154% 수준이었다. 향후 가용용적률이 1100%로 개발가치는 충분한 편이다. '2020 안산시 도시기본계획'에 따른 주거기능중심지역으로 개발 인허가 가능성도 있다.
컨버전 과정에서 개발 인허가 승인은 난관 중에 하나다. 정부 당국은 최근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한 컨버전 현상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도시와 집, 이동의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을 주최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국토교통 정책방향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2개월간 팬데믹 현상에 대해 전담조직을 두고 논의한 결과물이었다.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이제는 단순히 주민등록지로 인구밀도를 판단해선 안되고 어느 장소에서 몇 시간을 거주했는지로 따져야 의미있는 시대"라며 "전통적으로 도시내 주거공간은 50%, 상업시설이 30%를 차지했는데 점차 주거시설로 재편될 전망이고 온라인 수업 증가로 늘어난 학교의 빈 교실도 향후에는 쾌적한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는 테라스와 같은 야외시설로 일부 용도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보다 직접적인 정책방안으로 '2020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해 오피스·상가 공실을 활용한 1인 공공임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디벨로퍼 업계에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용도지정을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용도에서도 융복합 수요가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지금과 같이 포지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하나씩 여는 것만으로는 개발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홈플러스 안산점 역시 지금은 주상복합시설로 재생되더라도 향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숙박 시설이나 리테일 시설이 가미될 여지가 있다. 같은 주거공간이라도 다수의 용도가 융복합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개발해야 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기존의 안 쓰는 공간을 활용해 '공간의 빈시간'을 줄이면서 용도를 다양하게 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남아도는 호텔, 오피스, 주거 등을 융복합 관점에서 개발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데 용도자체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방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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