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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컨버전 시대]지엘산업, 스포츠센터 헐고 주거시설로 변경 '비법'부지매입 후 인허가 난항, '공공임대' 기부채납 물꼬…'도시형 생활주택' 부정적 이미지 '옛말'

신민규 기자공개 2020-06-10 13:08:50

[편집자주]

국내 디벨로퍼(developer) 업계에서 용도변경(컨버전, Conversion)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지엽적인 의미의 용도전환에서 나아가 기능을 상실한 노후공간을 필요에 따라 새롭게 탈바꿈하는 현상 자체를 아우른다. 도시개발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급격한 인구감소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소비, 재택근무 증가는 도심 공간의 기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천편일률적으로 용도지정을 하던 낡은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이 디벨로퍼 사례를 중심으로 '컨버전' 아이디어의 격랑 속으로 들어가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엘산업개발은 강남 한복판에 있는 대형 스포츠센터를 헐고 소형 주거공간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년전 부지매입 당시만 해도 민간 체육시설을 공동주택으로 용도변경하는 작업은 성공 확률이 낮게 평가됐다.

지지부진하던 인허가 절차는 관련법이 개정된 덕에 물꼬를 텄다. 공공주택이 기부채납 대상에 포함되면서 공공임대주택 소유권을 서울시에 넘기는 조건으로 용도변경 인허가를 따냈다.

스포월드는 1999년 종합스포츠센터 용도로 준공됐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 563(역삼동 653-4)에 올려진 지하2층·지상6층 건물은 실내 조깅트랙과 수영장, 피트니스 시설을 갖췄다. 100타석 규모의 골프연습장이 명소로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았다.


한때 각광을 받던 대형 스포츠센터 인기는 아파트 단지내 GX룸·피트니스 시설이 점차 발달하면서 쇠퇴기를 맞았다. 각종 개인 피트니스 공간, 스크린골프장 등이 주거공간 인근에 증가하면서 자연히 수요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지엘산업개발은 2018년 스포월드 부지를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를 설립해 사들였다. 매매가격은 1058억원으로 지엘산업개발의 지분율은 26.5%다.

막상 부지를 매입했지만 민간 체육시설을 주거공간으로 용도변경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강남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있는 상황이라 서울시가 무작정 인허가를 내주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개발사업은 지난해 기부채납 항목에 공공주택을 포함하는 관련법이 개정된 덕에 가능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는 공공주택이 개발사업의 기반시설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와 함께 진행한 정책협의체에 기부채납 대상에 공공주택을 포함시켜달라는 주장이 관철됐다. 서울시는 관련법 개정에 따라 스포월드 개발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계획 결정안을 고시했다.

기부채납은 개발 사업자가 인허가 승인을 받으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소유권 일부를 무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조건으로 사업자는 인허가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지엘산업개발은 기부채납을 통해 사업 수익성을 확보했고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보를 통해 서민 주거공간을 공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인허가 승인으로 개발사업은 순항중이다. 부지 개발을 위한 1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최근 기표 완료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이 PF 주관사로 참여했다.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선정됐다.

개발부지에는 총 3개의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163가구 규모 공동주택 2개동에 근린생활시설을 비롯한 운동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나머지 1개동은 복합문화시설로 공공임대주택 22가구와 문화시설이 들어선다.

이번 사업은 강남 한복판에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지어질 예정이란 점에서도 재조명받고 있다. 과거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고급 소형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할지 주목받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서민과 1인 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해 2009년 도시지역에만 허용한 주거형태다. 공급 확대를 위해 기존의 아파트에 적용되던 주택건설기준이 상당부분 완화됐다. 이러다보니 초기에는 난개발로 인해 주차공간 부족, 부대 복리시설 부족, 화재 취약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최근에는 강남권역에 도시형 생활주택 이름을 달고 고급 소형주거공간으로 지어 분양에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 유림아이앤디가 분양해 히트를 친 '펜트힐 논현'도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섞여 있다. 후속 작품인 '펜트힐 캐스케이드' 역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지어진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전매제한 규정도 예외이다보니 주택품질만 입증하면 디벨로퍼 입장에선 개발에 유리한 면이 있다. 개발 사업장에 대형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는 점은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지엘산업개발은 시공사를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선정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공공주택 기부채납 첫 사례로 정부규제 탓에 개발이 쉽지 않은 강남 지역에 대안이 될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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