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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가능할까…시장선 '글쎄'밥캣 제외시 매력도 '뚝'…DICC 소송 등도 걸림돌

한희연 기자공개 2020-06-19 11:32:5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8일 0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가능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M&A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인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를 둘러싸고 법적공방이 진행중인데다 알짜 계열사인 두산밥캣이 제외될 경우 매물의 매력도를 떨어뜨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딜 성사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두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가능성에 대해 국내 인수합병(M&A) 관계자들은 '진행되더라도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매각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진행 프로세스는 아직은 시작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알려진대로 두산밥캣을 제외하고 두산인프라코어만을 매각 대상으로 삼을 경우 인수 메리트는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밥캣 빠진다면…"인수 메리트 크지않다"

두산그룹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를 매각한다고 가정할 경우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은 두산밥캣 매각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로 두산그룹 가장 밑단에 위치한 두산밥캣은 매각도 수월할 뿐 아니라 알짜 기업인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볼 원매자도 상당하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하지만 시장의 소문대로 두산밥캣을 제외하고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추진될 경우 인수 메리트가 높지 않다는 것이 IB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눈여겨 보고 있는 잠재 원매자들이 사실 '밥캣'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지 오래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 부문 연결 영업이익의 62.9%는 두산밥캣이 올렸다. 그만큼 전체 실적에서 중요도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데 알짜는 쏙 빠진 채 매각을 추진한다면 과연 관심가질 곳이 얼마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1조6849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이 가진 지분율 36%를 대입해 보면 6000억원 정도다. 여기에 1000~2000억원을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더 얹는다고 가정하면 7000억~8000억원 정도가 추산된다. 시총을 감안한 이 금액은 물론 두산밥캣에 대한 가치도 반영된 수준이다. 때문에 두산밥캣을 빼고 매각한다면 그만큼 디스카운트가 필요하다.

두산밥캣의 시총은 2조8900억원에 달한다. 자회사의 시총이 모회사를 뛰어넘고 있는 상황에서 두산밥캣을 도려낼 경우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사실 원매자와 두산그룹의 입장을 감안하면 시간적 여유가 있는 쪽은 인수측이다. 두산인프라코어에 관심을 갖는 원매자라면 두산밥캣의 매물출회를 염두에 두고 더 기다릴 유인도 충분하다. 따라서 밸류에이션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빠르게 프로세스가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인적분할 과정 거쳐야, 세금 이슈·DICC 소송 등도 변수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남기고 두산인프라코어만 떼어 판다는 발상을 충족하려면 인적 분할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을 지배하는 SPC(투자회사)로 쪼갠 뒤 사업회사만 매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받는 대신 자구안을 통해 신속한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딜이 지체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대규모 소송에 따른 법률 리스크도 따져봐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법인인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를 놓고 재무적투자자(FI)와 소송을 진행중이다. 법원은 1심에서 두산의 손을, 2심에서는 FI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데 만약 두산이 패소한다면 수천억원을 FI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사실상 우발채무에 준하는 소송금액은 사업회사의 몫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 원매자들은 이러한 법적 리스크를 떠안으면서까지 두산인프라코어를 살 유인은 더욱 적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분할매각에 대해서는 세금이슈도 일부 거론된다. 회사를 분할하고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세혜택을 받으려면 △사업목적 분할 △지분의 연속성 △사업의 계속성 △고용의 연속성 등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회사 분할 후 바로 매각을 염두에 둔 경우라 '지분의 연속성' 측면에서 비적격분할 판정을 받을 유인이 크다. 비적격 판정을 받으면 조세혜택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낮은 지분율에 FI 참여 가능성도 난망

두산밥캣을 제외한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남은 이슈는 더 있다. 바로 상대적으로 낮은 지분율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정도의 회사를 인수할 여력이 되는 곳은 대기업이나 대형 재무적투자자(FI)로 좁혀진다.

특히 FI 입장에서 매각 대상이 될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은 다소 적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은 약 36% 정도다. 경영권을 확보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는 규모지만 배당에 민감한 FI들로서는 낮은 지분율이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통 FI들은 경영권 인수(Buy-Out) 거래의 경우 피투자기업의 지분 100%를 확보하는 것을 선호한다. 지분이 분산돼 주주의 수가 많을수록 포트폴리오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이익을 온전히 향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익 분배(Profit Share) 관점에서 살펴봤을 때 두산인프라코어의 낮은 지분율은 인수자로 FI들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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