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시대 수혜자 제지업계]무림그룹, 국내 유일 펄프 생산...포트폴리오 명암은타 제지사 대비 안정적인 수익성, 판지 역량 없어 코로나 수혜는 '제한적'
박기수 기자공개 2020-07-17 09:22:48
[편집자주]
코로나19는 단순 전염병을 넘어 우리의 생활양식까지 바꿔놓았다. 확산 방지를 위해 '생활속 거리두기'가 일상화하며 소비자와 공급자가 서로 대면하지 않는 언택트(Untact) 소비가 대중화됐다. 자연스럽게 물류 시장에 '때아닌' 호황기가 찾아왔다. 물류 서비스의 매개체인 포장재를 생산하는 제지업체들도 덩달아 미소짓고 있다. 다만 모든 제지업체가 아닌 '준비된' 제지업체들만이 실적에 날개를 달고 있다. 더벨은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는 국내 제지업체들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3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찾아온 판지 산업 호황기에 국내 제지업계들이 미소짓고 있지만 무림그룹은 예외다. 한솔제지와 함께 '제지 투톱'이라는 위치에 있지만 영위하는 사업군이 비교적 좁기 때문이다. 무림그룹은 판지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다.◇국내 유일 펄프 생산 회사의 '품격'
판지 산업이 황금기에 접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무림그룹은 업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무림그룹은 국내 제지업체들 중 유일하게 펄프 생산이 가능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펄프는 인쇄용지 등 일반 용지의 원료로 쓰인다. 무림그룹 계열사인 무림페이퍼는 2008년 금융권과 컨소시엄을 이뤄 펄프 생산 회사인 '동해펄프'를 인수했다. 이 동해펄프가 무림그룹만이 갖춘 '무기'였다.
통상 제지업체들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것은 원료 가격이다. 2010년 후반 펄프 시장 가격이 폭등하면서 제지업체들의 이익률이 급락한 때가 있었다. 2016년 톤당 496달러 수준을 이루던 표백 화학 펄프(Bleached Kraft Pulp, BKP)는 이듬해 톤당 621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에 대한 타격은 한솔제지의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 연결 영업이익률 8%를 기록했던 한솔제지는 2017년에는 3.8%만을 기록했다.
반대로 펄프 생산 기지를 갖춘 무림페이퍼는 나홀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2016년 3.7%에 그쳤던 무림페이퍼의 연결 영업이익률은 이듬해 6.7%까지 높아졌다.
이처럼 무림그룹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안정성'이었다. 펄프 가격이 높아져도 펄프를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원가 상승 리스크가 적었다. 물론 펄프 가격이 떨어져 다른 업체들의 수익성이 커질 때 무림의 수익성 성장 폭은 비교적 작다는 점도 있었다.
◇인쇄용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포트폴리오
동종업계의 한솔제지는 백판지 사업을 영위한다. 좁은 사업 포트폴리오로 무림그룹과 고민을 공유하던 한국제지도 작년 말과 올해 초 각각 원창포장과 세하를 인수하면서 판지 사업을 시작했다. 아세아제지와 신대양제지, 태림포장 등은 이미 판지업계 강자다.
기존에 보유한 설비를 이용해 판지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방안도 마땅치 않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이미 판지 시장은 신대양제지와 아세아제지 등 주요 업체들이 과점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신규 진입을 하기 위해서는 큰 설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기존 설비를 전환하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M&A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작년 태림포장과 원창포장, 올해 세하 인수전이 마무리되며 M&A 매물도 많지 않다.
이에 다른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생활 양식에 수혜를 볼 때 무림그룹은 그 수혜와 거리가 멀다. 이도균 무림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림그룹 3세인 이도균 사장은 올해 초 무림그룹 주요 계열사 3사(무림SP·무림P&P·무림페이퍼)의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업계는 무림그룹 차원이 아닌 제지업체 내에서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을 그의 과제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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