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8월 13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은 벤처캐피탈업계에 선물과도 같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1호 제정 법안이었던 만큼 한국식 벤처캐피탈 문화를 꽃 피울 것이라는 기대가 하늘을 찔렀다.규제 완화를 통한 자유로운 투자, 이원화 됐던 투자기구 일원화 등을 골자로 한 벤처투자법은 이달 12일 마침내 깃발을 올렸다. 벤처투자법을 살펴보면 ‘제2 벤처붐’을 향한 정부의 의지와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험자본이 벤처기업에 손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펀드별로 적용되던 창업벤처기업 대상 의무투자비율(40%)이 총 운용자산(AUM) 기준으로 유연해졌다. 실리콘밸리 투자 방식인 ‘SAFE'와 벤처투자조합을 통한 투자목적회사(SPC) 설립 등 신규 조항을 명시한 것도 투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다만 벤처투자법 시행 세부규정이 나온 이후부터 업계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올해 초 벤처투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와 다른 분위기다. 법 시행과 관련해 계산기를 두드려 본 뒤 머릿속이 복잡해진 벤처캐피탈이 나타나고 있다.
주로 인수합병(M&A)이나 세컨더리 펀드 등을 운용해 후기 투자에 집중하는 벤처캐피탈이 여기에 해당한다. 투자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벤처투자법의 취지와 반대로 제약이 늘어났가 때문이다. 예컨대 의무투자비율이 AUM 기준으로 변경되면서 펀드별로 20%를 반드시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 해야 하는 조항이 생겼다. 기존에 없던 것이다.
이는 벤처캐피탈의 코스닥 상장사 또는 중소기업 M&A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 회수 시장에서 IPO 의존도가 높아 M&A 활성화를 외치던 업계의 목소리와도 배치된다.
M&A는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투자 회수가 가능해 민간 주도 벤처 투자 활성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 미국 벤처캐피탈 생태계와 회수 시장 발달도 M&A 시장 발달과 궤를 같이했다. "상장에 의존하는 회수 시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가 뼈 있게 들리는 이유다.
벤처투자법은 벤처캐피탈 업계의 숙원이다. 제대로 안착할 경우 ‘제2 벤처붐’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다만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법의 허점을 채워 줄 나침반이 필요하다.
벤처캐피탈업계는 벤처투자법에 대해 묻고 싶은 게 많다. 상당수의 벤처캐피탈 관계자가 그랬다. 새롭게 변화된 법률이어서 모르는 게 산더미인데 제대로 이해하고 알려주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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