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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공동재보험 시대]ABL생명, 제도 도입 선두주자…계약 첫 타자될까2017년 RGA와 함께 공동재보험 계약 검토…하반기 성사 가능성

이은솔 기자공개 2020-08-25 13:00:24

[편집자주]

보험사들이 학수고대했던 공동재보험 시장이 금융위 제도 개편으로 마침내 열렸다. 국내외 재보험사들은 계약 선점을 위한 물밑작업을 하고 있고, 일부 보험사들은 아예 공동재보험사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선 만병통치약은 아니란 지적부터 자본확충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 등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공동재보험 도입 방향성과 시장 움직임 전반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5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BL생명보험은 국내 최초로 공동재보험 계약을 시도한 '선두주자'다. 당시 금융당국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 공동재보험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계기가 됐다.

올해 공동재보험 제도가 도입되자 보험업계에서는 ABL생명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ABL생명은 현재 해외 재보험사 RGA와 재보험 가격과 규모 등 세부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내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7년 ABL생명은 금리리스크 경감을 위해 RGA와 출재 계약을 테스트했다. 당시 ABL생명은 고금리 확정형 부채를 해결할 방법을 찾던 도중 한국과 유사한 금리 하락 문제를 먼저 직면한 대만의 사례에서 힌트를 얻었다.

대만 알리안츠생명은 적용이율이 4% 이상인 보유계약을 대만 중국생명에 이전했다. 알리안츠생명 입장에서는 고금리 부채를 덜고, 중국생명 입장에서는 빠르게 현지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허용된 공동재보험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보험 부채의 구조조정이라는 측면에서는 같은 선상에 놓여있는 방안이다.

ABL생명은 고금리 계약 일부를 RGA에 출재하는 방안의 허용 여부를 금융감독원에 질의했다. 당시 당국은 기존 사례와 감독체계가 없어 허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이후 금융위와 공동재보험 도입TF팀을 구성해 업계 의견을 듣고 제도를 마련했다. ABL생명과 RGA는 지난해말부터 이 TF팀에도 참여해 제도 도입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ABL생명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동재보험 제도를 노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금리 확정 부채는 업력이 오래된 생보사들이 공유하는 문제다. ABL생명은 현재 외국계 생보사로 분류되지만 알고보면 국내 보험업계의 '조상격'인 회사다.

제일생명이라는 사명으로 1954년 설립돼 국내에 생보사가 6개 뿐이었던 1960년대에는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대한교육보험(현 교보생명)에 이어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해운회사인 조양상선과 독일계 알리안츠, 중국 안방보험까지 차례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최대 연 7~8%대의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을 설계했다. ABL생명 역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저축성보험을 공격적으로 판매했다.

이후 급격하게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보험사가 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금리보다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부채 금리가 더 높아지는 이차역마진 현상이 발생했다. 여러 차례 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역마진에 보다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도 ABL생명의 금리 리스크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2019년말 기준 ABL생명의 전체 책임준비금에서 금리 확정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다.

당국에서는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를 통해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하고 그 이상의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보험 계약자에게 주기 위해 쌓아놓은 적립금을 뜻한다. 보험사들이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보다는 많은 준비금을 쌓아두는 게 안전하다고 본다.

2019년말 기준 ABL생명의 LAT평가액은 13조6500억원, 실제로 ABL생명이 적립한 평가대상준비금은 14조1600억원이다. 보험부채와 준비금의 차이인 잉여금 비율은 3.6%다. 아직 결손이 발생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업계 평균에 비해서는 다소 낮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돼 LAT평가액이 증가하면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추후 매각을 검토할 경우에도 공동재보험이 도움이 될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ABL생명의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은 중국정부가 안방보험의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세운 회사다. 중국 정부는 안방보험의 해외 자산에 대한 재평가와 비핵심 부문 정리를 진행 중이다. 다자보험이 보유하고 있는 ABL생명과 동양생명의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건 회계기준 변화에 따라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리리스크를 미리 덜어두면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경감되기 때문에 매물의 매력도도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BL생명은 지배구조 특성상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될 수밖에 없는 회사"라며 "매각을 고려할 경우 회사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인 금리리스크를 미리 덜어놓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BL생명 관계자는 "현재 RGA와 재보험 계약을 논의 중이다"라며 "정확한 계약 시기와 세부항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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