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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놈앤컴퍼니, M&A로 시작한 미국 자폐증 시장 도전 400여곳 검토 후 싸이오토 낙점…연간 R&D 비용 들여 최대주주 지위

심아란 기자공개 2020-09-14 08:02:56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1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놈앤컴퍼니가 미국 바이오텍 싸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Scioto Biosciences, 이하 싸이오토)의 경영권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국내 바이오벤처가 미국의 바이오테크를 인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싸이오토는 미국 인디애나 주에 위치한 작은 회사지만 마이크로바이오옴 물질로 자폐증 치료제 개발을 도전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 8월 77억원을 들여 싸이오토 지분 52%를 인수하기로 했다. 지놈앤컴퍼니가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R&D 비용에 맞먹는 규모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 9월부터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회사 400여개를 들여다봤다.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파이프라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이 진척된 업체는 40여개로 추려졌다. 지놈앤컴퍼니는 후보군을 20곳으로 줄였고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접촉했다. 싸이오토도 20개 후보군에 들어 있었고 미국을 가로질러 지놈앤컴퍼니와 협상을 진행, 이번 M&A까지 성사됐다.

싸이오토는 연구엔 자신 있었지만 개발 역량에 갈증을 느꼈고, 지놈앤컴퍼니는 라이센싱 가능성과 경제성을 고려했을 때 싸이오토의 기술력이 필요했다.

7개월 동안 실사가 이뤄졌고 지놈앤컴퍼니는 8월 싸이오토에 투자를 결정했다. 이제 싸이오토와 손잡고 뇌질환 자폐증(Autism Spectrum Disorder, 이하 ASD)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다.

(좌측부터) 싸이오토 조트래블리 CEO, 케빈 메이어 COO, 지놈앤컴퍼니 배지수 대표, 유성열 이사.
ASD는 뇌 발달 장애의 하나로 사회적 의사소통의 결함과 제한된 관심사, 반복적인 행동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ASD의 유병률은 54명당 1명이다. 매년 증가 추세를 기록 중이며 국내 유병률도 2% 내외로 파악된다.

지놈앤컴퍼니는 ASD의 근본적 병리에 접근하는 치료제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아직까지 ASD는 대증치료에 머물러 있다. 중추신경계(CNS)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합성의약품이 처방되는 정도다. 환자들은 소화 불량,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도 피해가기 어렵다.

지놈앤컴퍼니는 싸이오토의 뇌질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SB-121)에서 희망을 봤다. 이는 건강한 산모의 모유 안에 있는 락토바실러스루테리(L.reuteri) 균주를 활용한 치료제다.

SB-121은 전임상 과정에서 ASD 완화에 영향을 미치는 옥시토신 분비를 활성화하는 것이 증명됐다. 이는 혁신 신약인 동시에 자폐증 환자들이 겪는 장 질환도 완화할 수 있어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싸이오토는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 출신의 CNS 전문가들이 설립했다. CNS 분야에서 앞서가던 일라이릴리가 사업의 무게추를 대사성 질환으로 옮기자 자연스레 연구자들이 이탈했다.

일라이릴리에서 나온 연구자들이 인디애나 중심에서 연구 인프라를 형성하고 협업하면서 싸이오토가 탄생했다. 마크 헤이만 최고과학책임자(CSO)를 필두로 뇌질환 CNS의 전문인력이 싸이오토에 모여 있다.

싸이오토의 연구진은 장 속의 미생물과 장의 상호작용이 변연계와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준다는 장-뇌-축(Gut-Brain-axis) 이론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현재 외부 CNS 전문가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며 SB-121의 연구를 정교화하고 있다.
인디애나의과대학 데이비드 메킨지 교수, 지놈앤컴퍼니 배지수 대표
싸이오토의 핵심 파트너인 인디애나 의과대학 행동표현체 분석연구소(BPC)의 경우 CNS 관련해 10개가 이상의 동물 모델을 갖추고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BPC의 연구소장인 데이비드 메킨지 교수가 일라이릴리에서 CNS 동물 모델을 체계적으로 연구했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싸이오토와 협력해 최적의 임상 디자인을 발굴하고 2021년 상반기 임상 1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싸이오토의 SB-121에 대한 임상 1상을 승인했다.

싸이오토는 ABT(Activated Bacterial Therapeutics)라는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도 강점이다. 이는 균주의 효능을 증강시키며 체내 안정성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지놈앤컴퍼니는 싸이오토의 ABT 기술을 자체 후보물질 발굴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기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약점이었던 타겟의 정확도를 높이고 효능과 안전성을 잡는 전략이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싸이오토의 우수한 연구 개발 능력과 지놈앤컴퍼니의 경영관리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만들 것"이라며 "치료제 개념이 없는 ASD 시장에서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만들며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놈앤컴퍼니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시가총액 요건에 맞춰 신속이전상장을 통한 코스닥 입성을 꾀힌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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