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League Table]역대급 발행, 벌써 100조 돌파…저금리·정부지원 시너지[DCM/Overview]코로나에 선제 유동성 확보 심리 작용…AA급, 3년물 편중 심화
강철 기자공개 2020-10-05 10:01:02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9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3분기 누적 회사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금리에 주목한 발행사들은 경기 침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코로나19 이후 실물경제 위기에 경각심을 느낀 기업들이 앞다퉈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도 회사채 발행을 한층 활발하게 만들었다.이러한 역대급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시장 건전성은 낮아졌다. 불안정한 수급 탓에 회사채 발행이 AA급 이상 등급에 편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졌다. 사실상 단기물로 분류되는 만기 3년 이하 회사채의 발행 비중도 높아졌다.
◇3분기 누적 111조…SB가 역대급 발행 주도
2020년 3분기 누적 국내 공모채 발행액은 총 111조602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98조4330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약 13조원 증가했다. 3분기 누적 공모채 발행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더벨이 리그테이블을 집계한 2008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종류별로 일반 회사채(SB) 52조8540억원, 여전채(FB) 44조467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14조7020억원이 각각 시장에 나왔다. 일반 회사채, 여전채, 자산유동화증권 모두 발행액이 2019년 3분기보다 4조원가량 늘었다. 사상 최대치도 경신했다.
회사채 시장의 꽃인 SB가 전체 발행액의 47.4%를 책임지며 100조원 돌파를 이끌었다. SK, 현대자동차, 롯데, LG, GS, 한화, S-OIL,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SB 발행을 주도하는 큰손들은 경기 침체에 개의치 않고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시장을 찾았다. 공기업과 금융사를 제외한 일반 대기업집단이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만 약 33조원에 달한다.
1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발행액은 당초 예상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지난 1분기 코로나19 발발 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자 시장에선 올해 회사채 발행 규모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3월 발행액이 최근 3년 사이 가장 적은 8조4374억원에 그치면서 이 같은 시장의 예상은 적중하는 듯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금융당국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인하했다. 이어 7월과 8월 잇달아 금리를 동결하며 시장 활성화와 수급 개선을 유도했다. 아울러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등 각종 지원책을 통해 공모채를 직접 매입하는 주체로 나섰다.
사상 최저로 낮아진 금리와 정부의 지원책에 매력을 느낀 발행사들은 다시 회사채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실물경제 침체에 대비해 미리 현금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심리는 회사채를 주저하던 기업까지 발행 대열에 합류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회사채 시장은 5월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5월부터 전통적인 비수기인 3분기까지 유례없는 증가세가 이어졌다. 이 기간 발행액은 매달 10조원을 돌파했다. 6월에는 월간 기준으로 2019년 10월(18조958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5조694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양극화 심화…'부익부 빈익빈' 해결 과제
역대급 발행을 이끈 주역은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우량 발행사였다. 이들은 전체 발행액의 87%에 해당하는 97조307억원을 조달했다. 등급별로 AAA급이 23조76억원(20.6%), AA급이 74조231억원(66.4%)을 각각 발행했다. AAA급과 AA급 모두 3분기 누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반면 A급 이하 등급의 발행액은 2016년 이후 최소인 14조5720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탓에 A급마저 하이일드(high-yield) 등급으로 여겨지는 기조가 형성된 것이 발행 규모를 크게 감소시켰다. 신용보증기금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통해 A급 이하 기업의 발행을 독려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과감하게 시장을 찾은 기업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상당수의 A- 발행사가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모으는데 실패했다. OCI, GS건설, 푸본현대생명 등 몇몇 A0 기업도 미매각을 겪었다. 이는 그나마 남은 발행 의욕마저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불안정한 수급은 금융당국의 회사채 지원 효과를 반감시켰다. A급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정책 자금은 차선책인 AA급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지원 없이도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AA급의 발행 조건이 오히려 용이해지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실무진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AA급 채권를 매입한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로 A급의 공급이 부족하다"며 "금융당국도 정책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은 불안정한 수급으로 인해 직면할 수 있는 수익률 리스크를 짧은 만기로 헤지했다. 수요예측에서 3년물을 중심으로 주문을 냈다. 발행사는 이러한 기관의 수요에 맞춰 전체 발행액에서 3년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점차 높였다. 실제로 3분기 들어 트렌치를 아예 3년 단일물로만 구성한 발행사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2019년 3분기 누적 58조2135억원이었던 3년 이하 회사채의 발행액은 올해 80조3975억원으로 20조원 넘게 증가했다. 발행 건수도 1575건에서 1927건으로 늘었다. 규모와 건수 모두 사상 최대치다. 같은 기간 발행 비중은 59.1%에서 72.0%로 상승했다.
3년 이하 단기물에 대한 쏠림은 정부의 정책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산업은행의 회사채 지원 프로그램은 매입 대상을 3년물 이하로 한정했다. 지난 7월 출범한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지금까지 3년물을 가장 많이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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