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바이오 흥망사]삼성바이오는 글로벌 빅파마가 될 수 있을까③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세포치료제 등 관심…M&A 여력 충분하지만 시기상조
심아란 기자공개 2020-10-14 07:20:10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막대한 비용과 오랜 연구기간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처럼 성공사례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바이오 사업을 중단했거나 실패를 경험한 대기업으로선 시샘의 대상이다. 뒤늦게나마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벨은 국내 대기업 바이오의 현주소와 그들의 도전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2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신약 연구개발에 도전할까.'삼성이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던 2010년부터 현재까지 업계의 관심은 삼성의 신약개발 도전 여부에 쏠려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삼성이 제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것처럼 글로벌 빅파마의 길을 걷는다는 의미다. 화이자, 얀센, 로슈를 경쟁사로 두게 된다.
삼성의 신약 개발은 투트랙으로 볼 수 있다.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는 것과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는 바이오텍을 인수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당장 파이프라인을 사들여도 무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를 위시한 계열사의 현금 동원력을 감안하면 수십조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당장 글로벌 빅파마를 인수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은 조심스럽다. 좀처럼 신약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한발 다가섰지만 독자적인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진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고객들이 글로벌 빅파마라는 것이 한 이유다. 당장 경쟁보다 글로벌 빅파마를 고객사로 두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일 뿐 언제 도전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직 개척할 여지도 있다.
삼성이 신약 개발에 나선다면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첨단의약품에 접근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유일하게 1위 자리가 비어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를 추구하는 삼성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해당 시장에 대한 스터디를 지속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양대축을 이루고 있다.
CMO 사업을 책임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36만4000리터의 생산 규모로 글로벌 1위로 우뚝 섰다. 품질경쟁력의 척도로 여겨지는 글로벌 제조 승인도 각국 규제기관으로부터 총 64건을 획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많은 글로벌 빅파마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CMO를 통한 기업가치 축적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최초·최다'의 수식어를 얻고 있다. 총 5종의 바이오시밀러 상업화에 성공했는데 이는 업계 최다 기록이다. 엔브렐, 레미케이드, 휴미라 등 세계 3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개발한 점도 특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일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약 후보물질인 급성췌장염 치료제(SB26)에 대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는 일본 다케다제약과 공동 개발하는 파이프라인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도 가동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벤처의 경쟁력 있는 신약 후보물질에 개발비를 지원하고 상용화 이후의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삼성은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사업이 아니면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라며 "막대한 자금과 공장 설계 기술 등이 요구되는 CMO 사업에 도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 신약 시장에서 현재 유일한 블루오션은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첨단의약품인데 김태한 사장이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세포치료제는 살아있는 세포를 사용해 손상됐거나 질병이 있는 세포와 조직의 회복을 유도하는 의약품이다. 유전자치료는 결핍이나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교정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2017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노바티스의 면역세포(CAR-T) 치료제인 킴리아(Kymriah)를 승인하자 세포·유전자치료제 관련 기업들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카이트 파마슈티컬스를 120억달러에 인수하고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이 쥬노를 인수했던 셀젠을 740억달러에 사들이는 등 다양한 M&A도 성사됐다.
BIS리서치는 2018년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을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매년 평균 41.2% 성장해 2025년에는 약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은 꾸준히 바이오벤처를 초청해 발표시키는 등 신약에 대해 배우려하고 관련 조사를 열심히 한다"라며 "삼성이 신약개발에 직접 나설 경우 압도적으로 잘해서 벤처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고 한편으론 삼성 덕분에 상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김태한 사장이 바이오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신사업을 보는 건 맞다"라며 "다만 아직은 CMO에 사업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당장 신약 연구개발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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