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사모펀드 탈출구는]가입금액 허들 보완 '투자자 질적정보'가 중요하다④"자금원천·재산상태·전문지식 반영해야"...미국 '정보투자자' 개념 도입 목소리도
이민호 기자공개 2020-11-02 13:30:44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끊이질 않는 악재로 사모펀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상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자본과 투자자금의 연결고리로서 사모펀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더벨은 사모펀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생존 및 공존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8일 14: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일반투자자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약 4년 만에 3억원으로 올렸다. 최소가입금액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금융당국이 기조 변화에 따라 가장 먼저 조정을 고려하는 요소였다.하지만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자산규모라는 양적인 정보뿐 아니라 자금원천, 재산상태, 전문지식 등 질적인 정보까지 적격투자자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마련돼 있는 개인전문투자자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국이 도입하고 있는 ‘정보투자자’ 개념이 시장 위축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시된다.
◇일반투자자 최소가입금액 상향…투자자 보호 ‘중점’
일반투자자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이 현재의 1억원으로 낮아진 것은 2015년 10월부터다. 기존에 일반투자자는 금액 요건 없이 ‘일반사모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을 전문투자자들이 5억원 이상으로 투자하던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통합하면서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최소가입금액도 1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대신 레버리지 200% 이상 펀드는 최소 3억원의 가입 요건을 뒀다.
금융당국이 해외 금리연계형 DLF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로 지난해 11월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의 핵심은 일반투자자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최소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지 약 4년 만에 기조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레버리지 200% 이상 펀드도 5억원으로 올려잡았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을 다시 높이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투자자 보호 강화와 일맥상통한다. 금융당국은 기존 사모펀드 진입 허들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크게 낮추면서 위험 감수 능력이 없는 일반투자자가 사모펀드 투자에 대거 유입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봤다. 해외 금리연계형 DLF에서의 일부 투자사례처럼 대출을 활용하거나 가용 현금자산을 모두 하나의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등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인전문투자자 유입 우선…낮아진 문턱은 여전히 ‘물음표’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사모펀드 투자자격 요건에 자산규모만 반영하는 것은 반쪽짜리 투자자 보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사모펀드 가입은 위험 부담이 가능한 일반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와 구분해 비교적 유연성을 보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장 건전성만 놓고 보면 전문투자자 수준의 일반투자자를 별도로 구분한 개인전문투자자에게만 사모펀드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국내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 경험(금융투자상품 잔고), 손실 감내 능력(소득액 및 보유자산), 금융 지식(금융산업 종사자)을 충족하는 일반투자자에게 전문투자자 자격을 부여하는 개인전문투자자 제도가 도입돼있다.
일정 요건을 갖춘 일반투자자를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재까지 변화된 일련의 투자자 구분 체계에서 안정적으로 시장 건전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다만 개인전문투자자 기준 자체의 적정성에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있다. 개인전문투자자 문턱이 지난해 11월 혁신기업 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차례 낮아졌기 때문이다.
개인전문투자자 투자 경험 요건은 신청시점 금융투자상품 잔고 5억원 이상에서 월말평균잔고 5000만원 이상(국공채·MMF·RP 등 초저위험 상품 제외)으로 하향 조정됐다. 손실 감내 능력 요건 중 보유자산 기준은 총자산 10억원 이상에서 순자산 5억원 이상(거주주택 제외)으로 낮아졌다. 기존 일반투자자에 비해 다양한 요건을 명시했지만 허들 자체가 낮아지면서 ‘조금 더 안정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
◇’모험자본 공급’ 시장 활성화도 필요…미국 ‘정보투자자’ 대안
여전히 소수인 개인전문투자자에게만 사모펀드 투자를 허용할 경우 모험자본 공급에 주요한 역할을 책임지는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투자자 보호와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적격일반투자자 요건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모펀드 시장 위축 위험은 개인전문투자자에 해당하지 않는 일부 일반투자자에게도 별도의 진입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정보투자자(sophisticated investor)’ 개념을 참고할 만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모펀드 자문경험이 있는 변호사, 금융자격증 보유자, 금융종사자가 정보투자자 범위에 해당한다. 전문적인 금융 지식만 있으면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사모펀드 한 개당 이들의 진입을 35명까지 허용하고 있다. 요건을 충족하는 일반투자자가 특정군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불특정 개인으로 무제한 확장될 수 없는 이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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