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League Table]사상 최대 143조 발행…'AA급·단기물' 편중 심화[DCM/Overview]'저금리·정부지원' 덕에 코로나 무색…'질적 저하' 극복 과제
강철 기자공개 2021-01-04 08:03:14
이 기사는 2020년 12월 31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회사채 발행 규모가 140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여러 지원책에 주목한 발행사가 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해진 2분기를 기점으로 활발하게 시장을 찾은 결과다. 3월의 숨고르기가 없었다면 150조원을 넘어섰을 수도 있다.사상 최대 발행에도 불구하고 A등급이 감소하고 단기물의 비중이 높아지는 '질적 저하'는 피하지 못했다. 불안정한 수급 탓에 AA 이상 등급에 발행이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졌다. 사실상 단기물로 분류되는 만기 3년 이하 회사채의 발행 비중도 지난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인 73%로 상승했다.
◇사상 최대 143.2조 발행…'저금리·정부지원' 주효
2020년 국내 회사채 발행액은 143조2296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133조원을 기록한 2019년보다 10조원가량 증가했다. 연간 회사채 발행 규모가 140조원을 돌파한 것은 2020년이 처음이다.
종류별로 일반 회사채(SB) 62조1560억원, 여전채(FB) 60조2214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20조8522억원이 시장에 나왔다. 일반 회사채가 전체 발행액의 43%를 책임지며 140조원 돌파를 이끌었다. 여전채와 자산유동화증권도 사상 최초로 60조원과 20조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금리가 143조원 발행을 견인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실물경제 침체가 극에 달한 2020년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까지 내렸다. 그 결과 2019년 말 1.8% 안팎에서 형성되던 AA- 3년물 회사채의 민평금리는 2020년 말 1.4%까지 하락했다.
금리 인하에 동력을 얻은 회사채 시장은 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해진 2분기를 기점으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4월부터 12월까지 무려 110조원을 발행하며 1분기의 부진을 만회했다. 일반 회사채 발행이 2조7000억원에 그친 3월 휴지기가 없었다면 150조원 달성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들어서는 금리 스프레드 축소 메리트를 앞세운 여전채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7월부터 12월까지 총 32조6184억원을 발행하며 같은 기간 24조3370억원에 그친 일반 회사채를 압도했다. 현재 금리 스프레드 추이를 감안할 때 여전채의 강세는 202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 신속 인수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 각종 지원책을 발빠르게 시행한 것도 사상 최대 발행에 적잖이 기여했다.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이 7월 출범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는 A등급 발행사를 중심으로 공모채 수요예측에 적극 참여하며 매입 경쟁률을 높였다.
◇A등급 발행 급감…단기물 비중도 높아져
143조원 발행을 이끈 주역은 AA등급 이상의 우량채였다. 2020년 전체 발행액의 86% 해당하는 122조6669억원이 AA와 AAA로 채워졌다. 국고채보다 우수한 절대금리를 앞세운 AA등급은 90조9776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재차 경신했다.
반면 회사채 시장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A등급의 발행액은 지난 3년래 최소 수준인 18조1652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2분기에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소 수준인 3조345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과감하게 공모채 시장을 찾은 몇몇 발행사는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의 아픔을 겪었다. 특히 한화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등 건설사의 잇단 미매각은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많은 A등급 기업이 회사채 외에 다른 조달 수단을 강구했다.
이처럼 불안정한 수급은 정부의 회사채 지원 효과를 반감시켰다. A등급 발행을 독려하는 여러 활성화 정책이 나왔음에도 싸늘해진 투자 심리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인 하반기에도 업종 전망이 긍정적이라 평가받은 민간 발전사 외에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A등급 기업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침체는 3년 이하 단기물의 발행도 늘렸다. 2019년 81조6869억원이던 단기물 발행액은 2020년 104조9184억원으로 20조원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발행에서 단기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61%에서 73%로 높아졌다.
기업들은 발행 때마다 트랜치에서 3년물의 비중을 대거 높이며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변동성 리스크에 대비했다. 발행 전 기관 투자자 수요 조사에서 단기물 선호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점도 감안했다. 기관은 불안정한 수급으로 인해 직면할 수 있는 수익률 리스크를 짧은 만기로 헤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로 롯데지주, 한화솔루션, ㈜GS, LS일렉트릭, 예스코, CJ대한통운 등 많은 AA등급 발행사가 트랜치를 3년 단일물로만 구성했다. 롯데칠성음료, 롯데렌탈, KB증권을 비롯한 몇몇 AA등급 기업은 평소 발행하지 않는 2년물을 트랜치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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