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 증선위 징계, 제약바이오 회계처리 '경고음' 개발비 과대계상 이슈 재확인, 업계 파장 '제한적' 전망 우세
심아란 기자공개 2021-02-10 07:25:33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9일 12: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회계처리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업계에서 존재감이 커진 씨젠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로부터 징계를 받은 탓이다.특히 금융당국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개발비 과대계상 문제가 씨젠에서도 적발돼 눈길을 끈다. 다만 제약바이오 기업은 물론 금융당국, 감사인 등이 회계처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9일 씨젠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감리 결과 △매출액 과대계상 △개발비 과대계상 △전환사채 유동성 미분류 등을 지적 받아 증선위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증선위 지적사항은 개발비 과대계상 문제다. 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면 영업이익과 자산이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개발비 처리 이슈가 산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은 2018년 4월에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개발비 자산화 현황에 대해 테마감리에 착수했다. 당시 씨젠을 비롯해 20곳 이상의 기업이 감리 대상에 포함됐다. 씨젠의 이번 증선위 처분 역시 해당 감리에서 발견된 문제다.
씨젠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개발단계에서 소진한 772억원의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했다. 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려면 국제회계기준(IFRS)상 총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금감원 감리 결과 씨젠은 '기술적 실현가능성'이 미흡한 점을 지적 받았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미래 가능성을 머금은 사업 영역이다보니 회계처리 과정에서도 정성적인 판단에 따라 오류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라며 "씨젠은 자산화 기준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게 문제였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씨젠에 앞서 2019년 11월에는 셀루메드가 개발비 과대계상으로 증선위 조치를 받았다. 셀루메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총 266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씨젠이 지적 받은 사안인 매출액의 경우 제품이 최종 수요처에 판매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부 수익으로 인식한 점이 문제였다. 2011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해당 문제로 인해 총 799억원이 매출로 과대계상됐다.
최근 매출액 과대계상 문제로 증선위 징계를 받은 곳은 메지온(40억원), 셀루메드(7억원) 등이 있다.
다른 관계자는 "매출 과대계상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채권 회수 지연에 따른 대손상각 이슈가 발생한다"라며 "최근 들어 회계 감사, 금감원 감리도 강화되고 처벌도 심해졌으므로 의도적인 행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씨젠은 3년 지정감사, 임원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내부통제 개선 권고 등의 처분을 받았다. 추가로 금융위 의결에 따라 과징금도 부과될 예정이다. 씨젠의 감사인 역시 업무제한 등의 징계를 받았다. 앞서 셀루메드와 메지온도 과징금과 지정감사 등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씨젠은 1년 이내 조기상환청구 가능 조건이 부여된 전환사채(CB)를 유동부채로 분류하지 않은 점도 발견됐다. 2012년과 2014년, 2016년과 2017년 네 개 사업연도 동안 총 1145억원이 비유동성부채로 분류됐다.
씨젠은 입장문을 통해 "과거 관리 부분의 취약했던 시스템과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라며 "회계 전문 인력 충원,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 등 관리 역량과 활동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번 증선위 지적 사항은 2019년 3분기에 모든 재무제표의 수정을 완료한 만큼 추가적인 기재정정은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당국은 바이오기업 상장심사 과정에서 총 연구개발비 대비 개발비 비율을 확인하는 사례도 있어 많은 회사들이 정확한 회계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씨젠의 이슈는 업계로 파장이 퍼지기보단 해당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차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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