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토종 패션기업]쌍방울, 비비안 업고 패션불황 이겨낼까③67년 전통 품은 최대주주 광림, '브랜드 다각화·온라인 채널' 흑자전환 방점
김선호 기자공개 2021-05-31 08:31:03
[편집자주]
하얀 메리야스와 빨간 내복은 한국 근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 상품들이다. 국내 패션산업의 근간이자 토종업체들이 지금까지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옛 명성을 잃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화의 역군으로 역사의 굴곡을 지나온 국내 패션업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7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잠잠했던 국내 언더웨어시장에 2019년 쌍방울의 최대주주인 광림이 남영비비안(현 비비안)을 인수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주력 브랜드인 트라이(TRY)에 이어 비비안으로 여성 언더웨어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경쟁사 BYC의 1위 자리를 위협했다.앞서 광림은 2014년 쌍방울을 인수하면서 국내 언더웨어 시장에 발을 디뎠다. 눈에 띄는 점은 유압크레인 및 특장차 제조판매가 주력인 광림은 언더웨어 쌍방울과 시너지를 내기는 힘들었다는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쌍방울과 컨소시엄을 이뤄 나노스(2016년), 케이에스와이위너스(2018년) 등을 인수해나갔다. 쌍방울은 주력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광림의 인수합병(M&A)에 힘을 보태는 역할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비비안이 광림의 품에 안기면서 쌍방울은 드디어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반자를 얻게 됐다.
◇잦은 최대주주 변경, 67년 전통 결국 광림 품으로
쌍방울은 1954년 전라북도 출신의 창업주 이봉녕·이창녕 두 형제에서부터 시작됐다. 지금의 익산시(옛 이리시)에서 형제상회로 속옷 도매업을 시작한 두 형제는 1962년 삼남메리야스를 설립해 사업을 확장했다. 사업 초기 ‘형제상회’는 쌍방울이라는 현 사명을 짓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1963년 두 형제는 쌍녕섬유공업사를 설립해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도매업에 국한됐던 사업 영역을 제조업까지 넓혔다. 1973년 당시 이리공단에 입주 국내 최대 메리야스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전북에서 시작된 쌍방울은 1979년 본사를 서울로 이전했다. 서울에 새 둥지를 틀면서 1984년 기업공개를 이뤄내고 다각적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했다. 내의시장이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에 널리 알려진 ‘트라이’ 브랜드를 1987년 론칭했다.
이 같은 성장을 이끌어낸 주역은 오너 2세 이의철 전 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1980년 면방업체 쌍녕방적을 흡수합병하는 가운데 유아복시장에도 뛰어들며 매출을 전폭적으로 늘려나갔다. 1988년에는 마이크로웨어컴퓨터를 인수해 소프트웨어사업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다각화가 독으로 작용했다. 계열사 쌍방울개발이 1990년 무주리조트를 개장한 후 3년 후 3800억원을 투입했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를 위해 국제 규격에 맞는 시설을 짓기 위해서다. 추가로 2870억원을 대출해 대회 투자를 강행했다.
결국 1997년 외환위기가 불거지고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를 맞게 됐다. 당시 쌍방울그룹 전체 부채는 1조1780억원에 달했다. 그 중 쌍방울개발의 무주리조트와 동계유니버시아드 관련 부채가 87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쌍방울은 2002년 에드에셋, 2004년 대한전선그룹, 2010년 레드티그리스, 2014년 광림으로 최대주주가 각각 변경됐다.
◇관계기업 비비안 70억 손상차손, 올해 ‘대대적 혁신’
광림은 2019년 비비안의 지분 58.93%과 경기도 화성의 물류센터 토지를 65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쌍방울이 광림이 보유한 지분을 장외취득하면서 비비안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올해 1분기 기준 비비안의 최대주주로 지분 14.75%를 보유한 쌍방울이 등재됐다. 광림은 지분 4.22%을 차지했다.
광림의 품에 안긴 지 1년 만인 지난해 12월 비비안은 쌍방울의 관계기업으로 편입됐다. 이에 비비안의 지분 취득에 대해 쌍방울은 비비안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광림보다는 사업적 연계성이 높은 쌍방울의 관계기업으로 배치해 언더웨어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대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쌍방울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8% 증가한 9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3억원으로 87.9%로 감소했지만 적자경영을 탈출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비비안의 영업이익도 35.2% 감소한 20억원을 기록했다.
때문에 쌍방울이 취득한 비비안의 지분에 대해 지난해에만 70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하고 장부금액을 152억원으로 계상했다. 취득금액이 22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31.6% 낮아진 수치다. 그만큼 비비안이 쌍방울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딛고 쌍방울은 올해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를 내걸며 사업 재편을 이뤄낼 방침이다. 해외 SPA 브랜드와 중소형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됐지만 젊은 마케팅을 실시해 흑자전환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다.
그중 하나로 온라인 채널 비중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젊은 층으로 소비자를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주력 브랜드 트라이에 이어 비비안이 보유한 여성 제품까지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됐다는 게 경쟁력으로 꼽힌다.
쌍방울 관계자는 “언더웨어뿐만 아니라 마스크 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이라며 “제품 다각화와 온라인 영역 확장을 통해 올해 흑자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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