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피치 신용등급 'A' 사수할까 코로나19 탓 1년째 '부정적' 아웃룩, 부코핀 증자·지주 배당 부담
이장준 기자공개 2021-06-29 07:46:23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8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가 KB국민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할지 주목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1년 넘게 '부정적' 아웃룩을 달고 있다.건전성 및 수익성 지표는 안정적이지만 자본적정성이 변수다. KB부코핀은행 추가 증자와 모회사인 KB금융지주의 배당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리테일 익스포져 등 우려 불구 건전성·수익성 개선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디스(Moody's)는 최근 KB국민은행의 장기 은행 예금 등급 및 선순위 무담보 채권등급을 'Aa3'로 부여했다. 앞서 2018년 12월 한 노치(notch) 상향 조정된 이후 변화가 없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역시 올해 KB국민은행의 장기 신용등급(A+)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나머지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의 신용등급 평정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4월 피치는 신한은행과 더불어 KB국민은행의 장기 신용등급 아웃룩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당시 피치는 코로나19 발병으로 대내외 경기 침체가 향후 2년간 지속해 본질적인 신용도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매금융(리테일) 비중이 전체 시장의 25%에 달하는데 운영 환경이 급격히 취약해져 재무상 하방 압력이 크다고 지적했다.
숙박업, 요식업 등 대인 접촉이 많은 서비스 부문 익스포져도 작지 않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중단기 전략 실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우려와 달리 현재 KB국민은행의 건전성 지표만 놓고 보면 양호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2019년 말 0.37%에서 이듬해 말 0.28%로 개선됐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0.24%에서 0.17%로 떨어졌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유예 조치 덕도 봤지만 전반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안정적으로 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충당금도 보수적으로 쌓아둬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대비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나름 선방했다. 피치가 들여다보는 수익성 지표인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영업이익은 2019년 1.77%에서 이듬해 1.73%로 소폭 하락했다. 다만 올 들어서는 반등을 시작했다. 올 1분기에는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하며 영업이익이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6% 증가한 9221억원을 기록했다.
◇인니 경영정상화, 분기배당 등 이슈…자본적정성 관건
관건은 자본적정성 지표가 될 전망이다. 앞서 피치는 KB국민은행이 지난해 바젤Ⅲ 신용리스크 개편안을 선제 도입하는 걸 제외하면 자본비율이 개선될 요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피치의 눈높이에는 못 미치지만 KB국민은행의 자본비율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서 가장 높은 편을 유지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5.6%을 기록했다. 다만 대출 증가에 따라 RWA가 늘어나고 증자 및 배당 이슈가 남아있어 하방 압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PT Bank KB Bukopin, Tbk.) 지분 67%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기존 잠재 부실채권이 많았던 데다 코로나19로 건전성이 흔들리며 자본금을 갉아먹는 실정이다. KB국민은행은 작년에 두 차례에 걸쳐 2966억원을 투입했고 올해도 추가 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모회사인 KB금융지주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자본비율에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며 KB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한때 129.04%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은 과도한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을 막기 위해 금융지주사 이중레버리지비율 마지노선을 130%로 삼고 있어 사실상 한계치였다.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거나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아 이 수치를 낮췄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KB지주에 9179억원의 결산배당을 했다. 3월 말 기준 KB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9.04%까지 떨어졌다.
다만 KB지주가 추가 M&A에 나설 경우 가장 큰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배당을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다음 달부터 배당 제한 권고를 해제하기로 하면서 분기배당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배당 압박이 커지면 KB국민은행의 자본비율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국제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매길 때 자본적정성, 건전성, 수익성 순으로 중시하기 때문에 자본을 많이 투입하는 대규모 M&A를 별로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모회사의 지원 능력이 약화됐다고 판단하면 은행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신한은행과 함께 3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국내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S&P를 제외하면 우리·하나은행과 비교해 신용등급이 각각 한 노치씩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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