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했던 DH, 요기요 가격 욕심 버리고 매각 성공 [Deal Story]원매자도 경쟁보다 합심 택해…3자 연합으로 딜 성사
서하나 기자공개 2021-11-08 07:46:57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5일 13: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2위 배달 업체 요기요 매각은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간 대형 M&A에서 파생된 딜이다. 성사까지 무려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도 결코 순탄치 만은 않았다. GS리테일·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퍼미라(PERMIRA)는 무수히 많은 스토리를 뒤로 하고 최근 요기요의 새 주인이 됐다.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GS리테일로 구성된 컴바인드딜리버리플랫폼인베스트먼트 (이하 CDPI) 컨소시엄은 10월 29일 배달 브랜드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인수를 완료했다.
딜 성사까지 장장 1여년이 걸린 요기요 매각은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2019년 12월 국내 1위 배달앱 서비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지분 약 88%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계약은 4조원 넘는 매각가격 뿐 아니라 2위 기업이 1위를 인수한 케이스란 점에서 국내 M&A 시장에서 큰 화제가 됐다.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빠르게 글로벌 배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발판이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선은 달랐다. 공정위는 이들의 만남을 '조건부'로 막아섰다. 국내 배달 시장에서 두 회사 점유율 합계 격차가 카카오·쿠팡 등과 너무 커 경쟁제한성이 있다는 게 근거였다.
공정위가 내건 조건은 바로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의 매각이었다. 요기요를 처분할 경우 표면적으로 30%에 이르는 국내 배달앱 점유율을 잃게 돼 M&A 의미가 상당 부분 희석된다. 몸값이 2조원에 이르는 요기요를 품을 후보도 마땅치 않다. 배달앱 업계 후발주자인 쿠팡 등은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어 여력이 부족했다. 업계에선 사실상 '불허'라고 해석할 만큼 어려운 조건이었다.
고민에 빠진 딜리버리히어로(DH)는 공정위의 요기요 매각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수수료 인하 카드 등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결국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을 선택한 대가로 요기요를 내놓기로 했다. 요기요는 누구든 인수하면 단번에 배달 앱 시장 2위로 등극할 수 있다는 점, 당국의 조치에 따라 매각 전에 DH가 정보 및 자산 등을 빼오기 어렵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평가됐다.
매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거래 초반 매각 측에선 요기요 몸값으로 최소 2조원을 희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원매자들의 희망 인수가는 1조원대로 형성됐다. 매각 과정에서 양측의 상당한 눈높이 조율이 예고됐다.
시간도 매각 측의 편이 아니었다. 정부가 승인한 요기요 매각 기한은 지난해 8월 4일까지였다. 불가피한 경우 추가로 6개월 내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만약 이 기간에도 매각을 완료하지 못하면 초과 일수 하루당 우아한형제들 인수액 약 4조원(40억 달러)의 최대 0.03%를 이행 강제금으로 부담해야 했다.
딜리버리히어로(DH)는 거래를 도울 금융자문사로 모건스탠리를, 법률자문사로 태평양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4월 국내 다수의 전략적투자자(SI)와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비밀유지계약(NDA)맺고 투자설명서(IM)를 수령했다.
5월에는 숏리스트에 포함된 신세계그룹, MBK파트너스, 어피너티, 퍼미라, 베인캐피탈 등이 상세실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딜의 열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유력한 원매자였던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으면서 이탈했다. 재무적투자자(FI) 중에 유력한 원매자였던 MBK파트너스도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본입찰 일정도 계속해서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원매자로 남아있던 어피너티와 퍼미라, GS리테일은 요기요를 공동 인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짰다. 이들은 초반에는 경쟁을 펼쳤지만 마지막에는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 단독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
요기요 매각이 지연되면서 힘의 균형이 완전히 인수측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시한이 정해진 딜이라는 점은 매각 측을 더욱 조급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됐다.
인수 구조는 DH에서 매각 대상 사업부만 따로 떼어내는 카브아웃 딜 방식이었다. IT시스템과 법률적 이슈 등이 주로 검토 대상에 올랐다. 원매자 측은 그동안 요기요가 사용하던 독일 본사 주문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새롭게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드는 지 등을 상세히 검토했다.
컨소시엄은 인고의 시간 끝에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지분 100%를 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2000억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포함하면 총 1조 규모의 투자였다. GS리테일 투자 금액은 3000억원 수준이다. GS리테일 컨소시엄 품에 안긴 요기요는 최근 사명을 위대한상상으로 바꾸고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조력자의 역할도 빛났다. 김앤장은 딜리버리히어로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승인 심사를 받을 때부터 자문을 맡았다. 이후 어피너티 측 인수 자문을 제공하면서 M&A 과정에서 가장 맹활약한 로펌이 됐다. 인수 막판까지 계약서를 수십번 고치며 딜의 완성도를 높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광장도 GS리테일과 퍼미라 두 곳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며 조력자 역할을 해냈다.
GS리테일은 최근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배송 전용 앱인 '우딜'을 런칭하는 한편 배달 대행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을 인수하는 등 배달 앱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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