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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통해 미래 준비하는 현대차 '박정국 사장' [현대자동차를 움직이는 사람들]③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 6년 만에 친정 복귀…이사회 합류 여부 '주목'

유수진 기자공개 2022-02-04 07:39:50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 취임 이후 두 차례의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완성했다. '인사만사(人事萬事)'라는 말이 있듯 누구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좌우되는 게 당연지사.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고자하는 정 회장의 꿈을 현실로 바꿔줄 핵심 인물들은 누구일지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6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년간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파트를 맡아 자동차 개발 역량을 한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작년 말 물러났다. 무엇보다 올해는 정 회장이 직접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는 등 여느때보다 R&D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렇게 중대한 시기에 '사령관'이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차·기아의 R&D에 빈틈이 생길까. 자동차업계에선 이 같은 우려가 '기우'라고 본다. 신임 R&D본부장인 박정국 사장이 '준비된' 수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년간 부본부장을 지내며 비어만 사장과 충분히 호흡을 맞췄다. 여기엔 '비어만 이후'를 생각한 정 회장의 복안이 깔려있었단 해석이다.

◇6년 만에 현대차 복귀, 정 회장 의중 반영 '관측'

박 사장은 작년 말 임원 인사에서 R&D본부장에 보임됐다. 지난 3년 간 R&D를 총괄한 비어만 사장이 직에서 물러나 고국으로 돌아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연간 5조원의 예산을 집행해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중책이 박 사장에게 주어졌다.

사실 그룹 안팎에선 이를 예정됐던 수순으로 받아들인다. 정 회장이 작년 초 박 사장을 다시 현대차로 불러들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어만 사장은 수 차례 사의를 밝혔었다. 공백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후임을 미리 낙점해둘 필요성이 있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에 대한 정 회장의 신뢰가 상당하다고 본다. 그의 능력을 인정해 이전부터 눈여겨 봤었다는 것. 실제로 박 사장은 정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의 수장 역할을 하기 시작한 2018년 말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때 현대모비스를 찍고 2년 뒤 현대차로 복귀한 것 역시 정 회장의 의중이 짙게 반영된 결과란 해석이다.


그가 그룹 내에서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2014년까지 현대차에 몸담았지만 그해 말 현대엔지비(대표이사)로 발령이 났다. 이듬해엔 현대케피코(대표이사·사장)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엔지비는 산학협력 및 R&D 인재육성을 총괄하고 현대케피코는 모빌리티 전자제어시스템을 다루는 계열사다.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내정된 건 2018년 말이다. 당시 박 사장의 이동을 '영전'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했다. 앞선 두 곳과 달리 현대모비스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계열사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정 회장은 2020년 말 취임 후 처음 실시한 인사에서 그를 다시 현대차로 불러들였다. 박 사장 입장에선 2014년 말 현대엔지비로 적을 옮긴 지 6년 만의 친정 복귀였다. 이때 주어진 역할이 R&D본부 부본부장이다.


박 사장에 대한 정 회장의 믿음은 그가 현대모비스에 몸담은 2년 동안 더욱 굳건해진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두 사람에 정몽구 명예회장까지 모두 셋이서 각자 대표이사를 지냈다. 함께 이사회 활동을 하는 등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며 신임을 얻은 게 이후 인사에서 나타났다는 평가다. 정 회장과 박 사장은 이사회 산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도 같이 참여했다. 기업들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며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위원회다.

◇현대차 R&D 한 우물, 정 회장과 이사회서 재회하나

박 사장이 주목을 받는 건 지금이 현대차·기아에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자칫 '때'를 놓치면 '퍼스트 무버'로 앞서갈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전진을 위한 발판이 되는 게 바로 R&D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는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지난해 각각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탄소중립 목표도 설정했다. 박 사장이 본부장을 맡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 역시 전동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이는 정 회장의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정 회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 신규 임원 승진자의 37%가 R&D 부문에서 나오도록 하는 등 적극 힘을 실어줬다. 현대차 측은 "신속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인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을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시각엔 기대가 실려있다. 충분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인물이란 이유다. 1957년생으로 서울대에서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를 모두 마친 그는 현대엔지비 대표이사를 맡기 전까지 현대차 R&D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판 전문가다.

구체적으로 2011년까지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2012년부터 중앙연구소 소장과 성능개발센터장, 시험담당,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는 등 기술개발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박 사장이 오는 3월 현대차 이사회에 합류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전임자(비어만 사장)가 멤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만약 이번에 등기임원이 되면 박 사장은 현대모비스 이후 1년 만에 다시 정 회장과 이사회에서 재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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