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대우조선 매각 EU이기주의로 무산, 3월 대책 마련” 국내 조선3사 ‘붕어빵 경쟁’ 비판, 제한적 RG발급으로 수익성 제고 제안
김규희 기자공개 2022-01-27 17:34:48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7일 1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유럽연합(EU)의 대우조선-현대중공업 간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EU 결정을 ‘자국 이기주의’로 판단하고 현대중공업 측이 적극적인 법적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그러면서도 여전히 국내 조선산업 재편을 위해 대우조선의 민영화에는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오는 3월까지 시행되는 경영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중공업, 정부 및 이해관계자 등과 협의해 최종 결정내릴 계획이다.
이 회장은 27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3일 EU로부터 불허 통보가 온 것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도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EU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최근 유럽 내 에너지 공급 불안 상황과 LNG선 가격 인상 가능성, 이로 인한 가스 가격 인상 우려 등 EU의 판단 근거를 언급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한국 채권단이 지원해왔던 조선업 과실을 EU 소비자와 선주가 수취해왔는데 EU는 이런 구조를 지속시키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 주체인 현대중공업을 향해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승소 여부와 상관없이 적어도 대한민국의 산업이 EU 결정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진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며 “EU가 자국 이기주의에 경도돼 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U의 불승인으로 이번 M&A는 무산됐지만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주인 찾아주기’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 주식 매각을 통해 구조조정 비용을 회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국가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조선업이 빠르게 정상화돼야 한다”며 “합병이 취소된다더라도 국책은행 관리 체제가 장기화되는 것은 대우조선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경영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오는 3월께 컨설팅 보고서를 받아본 뒤 정부 및 이해관계자 등과 협의를 거쳐 중장기 관리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국내 조선산업 재편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국내 조선산업을 ‘붕어빵 산업’으로 비유하며 과당경쟁이 불가피해 대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붕어빵을 찍어내듯 똑같은 구조로 똑같이 영업하고 모든 부분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며 "향후 국내 3사가 소통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한적인 RG 발급 방안도 언급했다. 지금까지 수익성과 상관 없이 RG를 발급해왔는데 이제부터는 수익성이 90% 이상인 경우에만 발급하게 되면 과당경쟁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수익성이 안되는 수주는 산업은행부터 RG 발급을 중단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며 “원가율 100% 이상의 수주를 하다보니 적자 경쟁에 빠졌고 저가수주는 우리 돈으로 외국 선주를 도와주는 국부유출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익성이 안좋은 수주는 중단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정책당국과 협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회생계획안에 대해서는 에디슨모터스 측의 사업계획과는 별개로 채무 변제 계획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에디슨모터스 측이 제시한 회생계획안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 중인 쌍용차 채권은 전액 담보 채권이기 때문에 변제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 회장도 “담보만 유지되면 부동의할 유인도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에디슨모터스 측의 쌍용차 인수 과정을 전형적인 차입매수(LBO) 방식이라고 꼬집으며 FI의 합류 여부 및 SI의 자금 투입 규모 등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심사에 대해서는 대우조선의 경우와 상황이 다르다고 봤다. 통합 항공의 경우 고객 90%가 한국 국적인 데다 타 대형 항공사와 경유노선을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어 EU가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공정위와 외교부의 협력도 요구했다. 그는 “공정위 최종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는 공정위와 외교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도 도와달라”며 “해외결합 승인에 있어 대한민국 정부처럼 뒷짐지고 앉아있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국 이익이 무실될 수 있는 사안이기에 우리 경쟁당국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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