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2세 승계구도 해부]금호건설 돌아온 박세창, 산전수전 겪은 '비운의 황태자'①항공 승계 못하고 건설만 품에 안아…지분 구조 단순, 승계 '무리 없어'
성상우 기자공개 2022-03-04 07:31:38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2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세창 금호그룹 사장에겐 '비운의 황태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젊은 시절부터 그룹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그는 과거 십수년간 탄탄대로를 걸었다. 내부 경쟁자도 없어 그의 대관식은 정해진 수순인 듯했다.그러나 재계 20위권에 들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부실 경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분리하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화려한 즉위를 앞뒀던 박 사장 손에 쥐어진 건 재계 60위권 금호그룹이다. 그리고 이곳의 핵심 계열사는 박 사장이 경영에 참여 중인 금호건설뿐이다.
◇금호그룹 재계 20위권→60위권 '추락', 알맹이 금호건설뿐
박 사장이 그룹에 처음 발을 내딛은 건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2002년경이다. 컨설팅그룹 AT커니(Kearney)에 잠깐 몸 담았던 박 사장은 그룹의 중추인 아시아나항공 자금팀에 차장급으로 합류했다. 당시 그의 나이 28세였다.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귀국해서는 곧바로 그룹 컨트롤타워로 들어갔다.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을 거쳐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전략본부에 이사로 합류해 본격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까지 인수하며 재계 7~8위권으로 올라섰지만 이내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결국 대우건설 재매각에 나선 그룹은 재계 20위권으로 내려앉았다. 다만 2010년대 한진과 함께 국내 양대 항공그룹이란 자리는 놓치지 않았다.
그룹이 파고를 겪는 와중에도 박 사장은 꾸준히 후계자 수업을 이어갔다. 금호타이어는 그가 가장 오랜 기간 경영 수업을 받은 계열사다. 그룹 전략경영본부 업무를 4년간 경험한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 영업본부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후계자 역량 테스트에 들어갔다.
젊은 경영자답게 도전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는 게 당시 박 사장에 대한 평가다. 영국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후원 계약을 맺고 스포츠 마케팅을 전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 향상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자체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실적 개선을 통해 워크아웃을 졸업한 직후부터 다시 침체가 이어지며 결국 매각이라는 선택지를 꺼내야했다. 박 사장은 워크아웃 졸업 과정에서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해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결국 금호타이어가 매각되면서 자질론이 재부각되기도 했다. 당시 박 사장의 경영 성과에 대해선 평이 엇갈린다.
박 사장이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6년 계열사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직을 처음 맡으면서다. 아시아나세이버는 온전히 그의 역량만으로 이끌어 본 첫 계열사다. 아시아나항공 예약 발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였다. 매출 대부분이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나오는 구조로 첫번째 경영 시험대로서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곳이었다.
뒤이어 맡았던 게 아시아나IDT다. 아시아나항공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수전 천 사장 뒤를 이어받았다. 박 사장의 최종 목적지가 아시아나항공이었다는 점에서 최종 테스트 성향이 강한 인사로 여겨졌다. 아시아나IDT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시긴 했지만 아시아나세이버보다 무게감이 컸다.
박 사장이 취임 직후 단행한 아시아나IDT 기업공개(IPO)는 흥행 부진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나IDT는 박 사장이 경험한 마지막 아시아나항공 계열사가 됐다.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의견'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을 결국 매각하는 쪽으로 결정이 내려지면서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과 관련된 모든 직을 내려놓게 됐다.
◇금호건설로 돌아온 박세창, 단순해진 승계 구도
아시아나항공을 품는 꿈이 깨진 뒤 박 사장은 그룹의 모태인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으로 돌아왔다. 큰 영광을 기대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그림이다.
항공 그룹에서 건설 그룹으로 재편된 금호의 자산규모는 5조원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상호출자제한 규제를 받지 않고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됐다. 국내 양대 항공그룹 후계자였던 박 사장은 중견 건설그룹을 기반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내야하는 도전자 입장이 된 셈이다.
향후 진행될 승계 과정에서 큰 잡음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단 그룹 자체가 크지 않고 후계자에 대한 구도도 확실히 정해진 상태다. 1남 1녀 중 장남인 박 사장을 중심으로 20여년전부터 후계 구도가 정립된 상태다. 여동생인 박세진 씨는 그룹 후계구도와는 한발짝 떨어진 위치인 금호익스프레스 경영 임원직을 맡고 있다.
지분 구조도 복잡하지 않다. 주력계열사인 금호건설의 최대주주 지분(44.56%)을 금호고속이 보유 중이다. 금호고속 지분은 지난해말 기준 박삼구 전 회장 외 8인(특별관계자)이 95%대를 갖고 있다. 이 중 박 사장 지분은 28%대다. 박 전 회장 보유물량 일부를 증여 및 상속받을 경우 박 사장의 지분 승계는 무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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