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2월 24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연초 효과라는 말이 무색하게 미매각과 발행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저금리로 자금 조달을 마친 발행사를 손에 꼽아야 할 정도다.일부 시장 관계자는 이처럼 얼어붙은 업황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유례가 없는 연초 수급 위축인 만큼 예사롭게 넘겨서는 안된다고 얘기한다. 혹자는 재작년 코로나19 발발 당시와의 상황을 비교하며 장기 시장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이러한 전망과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금융당국의 지원 없이는 자생적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코로나19 때와 지금의 업황을 비교하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작금의 수급 불안정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주범은 금리 상승이다. 작년 4분기부터 본격 시작된 금리 인상은 기발행 채권의 적잖은 평가손실을 유발했다. 보유 중인 회사채에서 손실을 본 기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신규 매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초부터 연이어 터진 안전 사고와 3월 중순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연기금을 비롯한 회사채 시장의 큰손들은 HDC와 여천NCC 사태 이후 내부 투자 승인 프로세스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안전 사고를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이벤트로 보기는 어렵다. 금리 인상의 경우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봐야 한다. 최근의 변동성이 발행사나 투자자의 펀더멘탈 부실이 유발한 심각한 수급 불안정이 아니라는 뜻이다.
국내 발행사의 실적과 재무구조는 지난 2년 사이 오히려 좋아졌다. 덕분에 전반적인 신용등급이 양호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크레딧만 놓고 보면 최근의 미매각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얼마 전 얘기를 나눈 한 회사채 담당자는 최근의 현상을 '일시적인 유동성 꼬임'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금리 인상이 일정 기간 지속된 후에는 어김없이 채권 가격이 안정되고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세컨드윈드'가 찾아왔다. 이 기간 기관의 회사채 투자 규모도 같이 증가했다. 이를 감안할 때 수급 불안정은 올해 하반기부터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과 FOMC 회의가 끝나는 4월부터 정상 궤도를 찾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따라서 최근의 공모채 미매각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기업과 금융사의 채무 불이행과 같은 심각한 유동성 경색을 야기하는 이슈가 발생하지 않으면 시장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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