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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aper]수출입은행, 캥거루본드 복귀전 성공… '노련미·정성' 통했다3·5년물 6억5000만 호주달러 발행…통화 다변화 역할

김지원 기자공개 2022-04-04 07:10:17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1일 1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약 2년의 공백을 깨고 캥거루본드 발행에 나서 무사히 조달을 마쳤다. 올해 한국물 시장에 등장한 세 번째 캥거루본드다. 앞서 발행에 나선 두 번의 캥거루본드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를 한 번에 조달하며 국책은행의 노련미를 톡톡히 뽐냈다.

올해 1월 글로벌본드로 한국물 시장을 성공적으로 연 데 이어 한 분기에 이종통화까지 조달하며 선제적으로 외화 유동성을 확보했다. 3월 FOMC 이후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으나 여전히 변동성이 남아있는 가운데 일군 성과다. 자금 조달 다각화는 물론 호주달러를 필요로 하는 국내 기업의 대출 자금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년 만의 복귀전…투자자 설득 '총력'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9일 6억5000만 호주달러 규모의 캥거루본드 발행을 확정했다. 전일(28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프라이싱에서 7억500만 호주달러가량의 주문을 확보한 결과다. 호주 시장의 투자자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량만 받아가기 때문에 허수 주문이 거의 없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트랜치를 3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와 5년물 변동금리부채권(FRN)으로 나눠 각각 2억달러와 4억5000만달러씩 배정했다. 이번 딜은 JP모간과 NAB가 주관했다. 오는 4월 7일 납입을 실시해 발행을 완료할 예정이다.

지역별 분포는 3년물의 경우 호주 46%, 아시아 36%, 유럽/미국 18%를 기록했으며 5년물은 아시아 86%, 호주 5%, 유럽 9%를 나타냈다. 5년물의 경우 대만계 은행들이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번 딜로 2년 만의 호주달러 조달에 성공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12년 호주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꾸준히 캥거루본드를 발행하며 국내 발행사들의 캥거루본드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2020년 5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캥거루본드 발행이 중단된 상황에서 과감히 조달을 재개해 벤치마크 역할을 해냈다. 이후 약 2년간 공모 캥거루본드를 발행하지 않았으나 호주 시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최적의 발행 타이밍을 찾았다.

이번 딜의 경우 금리 인상 스케줄에 대한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3월 FOMC 이후로 발행 일정을 조율했다. 미국보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고 있던 호주의 통화정책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자 그전에 선제적으로 발행에 나섰다.

최근 열흘 사이에 주요 선진국 국고채 금리가 40~50bp가량 뛰는 등 변동성이 계속돼 한국수출입은행은 기관들을 설득하는 데 더욱 공을 들였다. 지난주 그룹 인베스터콜을 진행한 것은 물론이고 이전에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행하는 캥거루본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설득을 거듭했다.

호주 시장에서 익숙한 발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한국수출입은행의 최근 업무현황과 재무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슈어 중심 시장에서 투자자 중심 시장으로 바뀌는 시기인 만큼 투자자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고 반영하는 전략을 취했다.

IOI(투자수요 확인 과정)에서 유럽, 중동, 미국 투자자의 수요를 확인해 북을 이틀 동안 여는 모험도 감행했다. 3월 초 대비 다소 개선된 시장 상황에 힘입어 북을 연 뒤에도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 3년물에서는 미국 투자자까지 포섭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캥거루본드의 주요 투자자는 호주와 아시아 기관들이기 때문에 하루 만에 프라이싱을 완료한다. 앞서 캥거루본드를 발행한 IBK기업은행과 현대캐피탈도 프라이싱에 착수한 당일 발행을 마쳤다.

◇국내 기업 호주달러 대출 재원 마련

한국수출입은행의 캥거루본드 발행으로 호주 시장 내 한국물 위상은 더욱 견고해진 모습이다. 2020년 10월 우리은행의 4억 호주달러 발행을 마지막으로 캥거루본드는 약 1년 반가량 공백기를 가졌다. 미국의 저금리 기조로 달러화 채권의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작년 한국물 시장에서는 이종통화 발행이 위축세를 보였다.

특히 캥거루본드의 경우 작년에 단 한 건의 발행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3월 IBK기업은행과 현대캐피탈이 각각 4억1000만 호주달러, 2억 호주달러를 발행하며 호주 시장에 오랜만에 발을 들였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이번 캥거루본드 발행 금리는 호주달러 3개월 스왑금리(3m BBSW)에 80bp를 더한 수준으로, 이에 따른 고정금리부채권 쿠폰과 일드는 각각 3.55%, 3.6115%다. 당초 한국수출입은행은 호주달러 3개월 스왑금리에 80bp를 더해 금리를 제시했다. 3년물은 IPG와 같은 수준, 5년물은 IPG 대비 5bp 끌어내린 수준에서 발행을 마친 셈이다.

이번 캥거루본드는 미국의 통화 정책 전환 시기에 조달 통로를 다각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 기업의 호주달러 대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가 호주의 인프라 분야 민관협력사업(PPP)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국책 사업의 경우 장기간의 대출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의 경제성 보장을 위해서는 원활한 현지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호주달러로 바로 대출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번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달러로 스왑하지 않고 그대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딜은 올해 초 한국수출입은행 인사 개편 이후 처음 진행된 딜이다. 외화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자금시장단 1팀과 2팀이 함께 딜을 이끌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플랜트금융부, 해외사업개발단 등을 거친 이진 팀장이 올해 1월 2팀장으로 합류했다. 기존 2팀장을 맡았던 임태영 팀장은 대외경제협력기금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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