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26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달 공모를 시작하는 넥스트칩이 단가 밴드를 예비심사 청구 당시보다 약 15% 할인했다. 6개월 사이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동종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진 것이 공모가 디스카운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친화적인 가격을 통해 기관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겠다는 넥스트칩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IPO 시장이 극도로 침체돼 있는 만큼 일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디스카운트를 통해 공모주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2024년 추정 순이익 밸류 반영

넥스트칩은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달 초 기술성 특례 심사를 통과한 지 약 3주만에 공모 절차를 시작했다. 증권신고서 제출에 맞춰 대표 주관사인 대신증권과 공모주 총액인수 계약을 맺었다.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은 다음달 16일부터 이틀간 실시한다. 수요예측에서 확정한 단가를 가지고 6월 21일부터 기관과 일반 투자자의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수요예측과 청약을 원활하게 마치면 7월 초 코스닥 시장에서 주권 거래를 시작한다.

공모가 밴드는 9900원~1만1600원(액면가 500원)을 제시했다. 어보브반도체, 엠씨넥스, 칩스앤미디어, 텔레칩스 등 국내 차량용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사 4곳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과 2024년 추정 순이익을 토대로 단가 밴드를 계산했다.

피어그룹(peer group) 4곳의 평균 PER은 24.55배다. 이 값에 넥스트칩의 2024년 추정 순이익 128억원을 곱한 기업가치 평가액은 약 3140억원이다. 여기에 할인율 32.5~42.4%를 적용해 최대 2130억원의 시가총액을 산출했다.

공모 구조는 신주 발행 100%로 확정했다. 전체 상장 예정 주식수의 약 15%인 260만주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단가가 밴드 최상단인 1만1600원으로 정해지면 공모자금 300억원 전액이 넥스트칩으로 들어온다. 300억원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넥스트칩의 자산총액(282억원)을 상회한다.


◇상장 시총 '2500억→2130억'

9900~1만1600원의 공모가 밴드는 넥스트칩이 작년 11월 예비심사를 청구했을 때보다 약 15% 할인된 가격이다. 6개월 전 제시한 밴드는 1만1300∼1만3600원이었다. 단가를 낮춘 결과 최대 2500억원 수준이던 상장 시가총액은 2130억원까지 낮아졌다.

단가 할인은 증시 불황으로 인한 피어그룹의 주가 하락 때문으로 풀이된다. 엠씨넥스, 칩스앤미디어, 텔레칩스의 최근 주가는 올해 초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엠씨넥스의 경우 작년 12월 5만60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최근 3만8000원으로 급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순이익의 경우 2024년 추정치를 적용했기 때문에 수치 상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어그룹을 바꾸지 않았다면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인해 평균 PER 배수가 낮아진 것이 단가 할인으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황에서는 예비 상장사가 당초 원했던 수준의 단가를 확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넥스트칩의 경우 예비심사 청구부터 승인까지 6개월이나 걸렸기 때문에 처음 생각했던 가격과 현실의 괴리가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불황과 더불어 시장 친화적인 가격을 통해 공모주의 매력도를 높인다는 상장 전략도 단가 할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넥스트칩과 대신증권은 시황을 고려해 당초 계획보다 훨씬 보수적인 할인율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내 IPO 시장은 공모 흥행에 성공한 기업을 손에 꼽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유가증권시장 입성에 도전한 대어들은 잇달아 상장을 철회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만큼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시장 친화적인 단가를 제시해 공모 흥행을 유도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이달 초 상장을 철회한 SK쉴더스의 경우 공모 과정에서 시장 친화적인 스탠스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넥스트칩과 주관사가 이 같은 흐름과 분위기를 인지하고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