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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내부거래의 역설 [thebell desk]

원충희 산업2부 차장공개 2022-07-01 10:07:09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9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런 규제가 있다면 어떨까. 경쟁력이 좋을수록 더 촘촘한 감시와 압력을 받는 규제 말이다. 이러면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까. 지난해 말부터 한층 더 강화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게임사들이 요즘 그렇다.

게임시장은 트렌드가 일순간 바뀌고 대형사도 한번 삐끗하면 순위가 확 바뀌는 역동적인 곳이다. 신생 또는 중소·중견게임사에겐 그만큼 기회가 열려있다. 물론 자금력 차이가 있으니 여건이 대형사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히트작 하나로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업권이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흥행으로 단번에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뛰어넘는 밸류를 기록했으며 스마일게이트도 국내시장에서 외면 받았던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대박나 창업자가 국내 10대 부호에 들어갔다.

이런 시장에서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다다익선'이다. 여력이 되는 회사는 여러 개의 게임 스튜디오를 만들어 스튜디오마다 개별 게임개발에 들어간다. 유력 개발사에 지분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에 지분 투자하다 아예 인수한 사례가 유명하다.

게임제작은 고도의 집중력과 창의성(creativity)이 요구되는 만큼 스튜디오가 자율성을 갖고 개발에만 전념토록 자회사로 분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모회사는 개발자회사 투자와 육성에만 신경 쓰고 게임개발이 완성되면 마케팅, 유통을 전담하며 퍼블리셔 역할을 수행한다. 제조와 판매가 나눠진 제판분리 시스템, 국내 게임업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시킨 원동력 중 하나다.

그러나 작년 말 실시된 개정 공정거래법은 이런 게임시장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총수가 20% 이상 가진 기업과 그 기업이 50% 이상 가진 자회사는 모두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개발력 좋은 자회사를 많이 보유한 업체는 곧 내부거래가 많은 기업이 되는 구조다. '게임사의 경쟁력=개발능력'인데 경쟁력 좋은 회사일수록 규제를 강하게 받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규제가 시장을 옥죄면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성이 중요한 게임업계의 성장 동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 오히려 주요 계열사를 해외에 두고 우회하는 업체가 감시망을 피하면서 유리해진다. 국내 고용창출 기여 효과가 떨어지고 참신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업체와 인재들이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역동성이 저하될 우려가 나온다.

게임은 국내 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K-콘텐츠 산업이다. K-Pop, K-Drama, K-Movie 등 세계시장을 휩쓸고 다니는 K-콘텐츠의 가장 선두에 있다. 굳이 우리가 가진 경쟁력을 우리 스스로 깎아먹을 이유가 있을까. 산업 특성을 고려한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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