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 폐금속에서 20조 미래 봤다설립 20년만에 시총 5000억 눈앞, 10년 뒤 매출 2조 목표
서하나 기자공개 2022-07-18 08:12:44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5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이 증시 입성 도전장을 내밀었다. 목표 시가 총액은 5000억원에 달한다. 금속공학 외길을 걸은 자칭 '뼛속까지 공대생' 이강명 대표(사진)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창업에 나선 지 22년만의 성과다.이 대표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10년 뒤 2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사업을 계속 키워나가겠단 포부다.
◇의대 지망생, 전자재료 폐기물에 '올인'한 사연
이 대표는 원래 의대 지망생이었다. 경상남도 거창에서 상경해 재수까지 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지망으로 합격한 고려대 금속공학과 진학은 인생을 바꾼 갈림길이다. 동대학원과 병역특례를 마치고 1992년 대주전자재료에 입사해 5년을 다녔다.
대주전자재료에서 귀금속 가루(파우더)를 활용해 페이스트를 만들고 전자재료로 사용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엄청난 양의 전자재료가 폐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회수하면 돈이 되겠구나 싶었다.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회사를 나와보니 남들이 안하는 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마디로 큰 돈이 벌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기존 기업들이 전자재료 폐기물 산업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를 깨달을 때쯤 위기의식이 엄습했다"며 "위기의식은 오히려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원동력이었고 때 마침 산업부와 환경부가 추진한 국가기술개발사업의 덕을 크게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성일하이텍은 초반에 휴대폰에서 폐기되는 전자재료를 수거해 매출을 올렸지만 영세한 수준이었다. 재료를 뽑아내는 기술이 부족해 1차가공만 했기 때문이다. 베터리 파우더를 가공해 벨기에 기업인 유미코아(UMICOA)에 납품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발트, 니켈과 관련한 국책과제 사업은 큰 힘이 됐다. 이 대표는 당시 중소기업이 연간 10억원 규모의 개발자금을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국책과제 덕에 기술 투자를 할 수 있었고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성일하이텍은 설립 약 8년 만인 2008년 삼성SDI 수주를 따는데 성공했다. 월간 10톤 분량으로 많지 않았지만 삼성과 인연은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바로 PEF 운용사 씨앤코어파트너스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와 연결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2011년 첫 공장을 지었지만 오히려 고정비만 커지고 매출이 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2013년이 돼서야 공장 정상화가 이뤄졌고 FI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2019년 2공장을 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씨앤코어파트너스는 2020년 10월 130억원 규모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매입했다. 당시 성일하이텍 기업가치는 투자 전 20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1년 뒤 다시 신주 및 RCPS에 투자할 때는 기업가치가 3000억원까지 올랐다.
이 대표는 "조우영 씨앤코어파트너스 대표가 삼일PwC에 재직할 당시 삼성물산의 요청으로 실사를 나왔다가 성일하이텍에서 가능성을 봤다"며 "그 때 인연으로 훗날 PEF 운용사를 설립해 투자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면서 첫 단추를 잘 꿴 성일하이텍이 상장에 성공하면 시가총액은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가 뛰쳐나온 대주전자재료(시가총액 1조원)의 절반에 이르는 시총을 20년이 걸려 일군 셈이다.
◇"규모의 경제 이뤄 10년 뒤 2조 매출 목표"
이 대표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10년 뒤 2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기차 한대당 재활용 가능한 전자재료(기초소재)를 200만원 분량으로 잡고 100만대가 회수된다고 가정하면 20조원이란 숫자가 나온다"며 "전기차에 투입되는 기초소재는 반드시 전세계 어딘가에 깔렸다가 10년 뒤에 회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제3공장 건립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 미국과 독일, 폴란드 등에도 신공장을 짓는다. 2030년까지 생산거점 30개를 건설하고 생산능력 77GWh를 확보한다. 10년 뒤 2조원 매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최종 목표다.
이 대표는 "커지는 시장에 대응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하므로 신공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2023년 말 완공을 목표로 제3공장을 짓고 2025년 현재보다 3배 많은 물량을 생산해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성일하이텍이 IPO를 추진하면서 이 대표의 일상도 완전히 달라졌다. 평소엔 특정 날짜를 정해서 서초동 자택과 성일하이텍이 위치한 군산을 오갔지만 최근엔 대부분 시간을 여의도에서 보내고 있다. 7월 말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제3공장이 들어설 새만금 부지에서 대부분 일과를 보낼 예정이다.
이 대표는 자신을 뼛속까지 공대생이라고 칭했다. 윤우영 고려대 금속공학과 교수를 아직도 멘토로 모시고 있다. 삶의 모토도 윤 교수로부터 받은 가르침에서 얻었다. 이 대표는 "윤 교수님은 늘 이공계생이 학문이나 개발만 잘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반드시 인문학을 배우고 인문학과 연계해 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 성일하이텍의 성장 궤도 속에도 곳곳에 녹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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