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삼성벤처 투자한 TEMC 대표주관 포기했다 이해관계자 지분 10% 넘어 단독주관 불가, 공동주관도 안해…한화증권 '어부지리'
최윤신 기자공개 2022-07-15 07:27:15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3일 12: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이 TEMC(티이엠씨)의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사 지위를 삼성벤처투자의 지분 투자로 인해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삼성증권은 지난 2020년 티이엠씨와 주관계약을 맺고 약 2년간 IPO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삼성벤처투자가 IPO를 앞두고 이 회사에 투자하면서 단독 대표주관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주관사 지위를 내려놨다. 이로 인해 한화투자증권은 ‘어부지리’로 올해 첫 IPO딜이자 수년만의 단독 대표주관 딜을 수임하게 됐다.
◇ ‘네온 국산화’ 성공 소식에 SVIC52호 대규모 투자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티이엠씨는 지난 2020년 삼성증권과 코스닥 상장을 위한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하고 IPO를 준비해왔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예비심사청구를 목표로 했으나 투자유치 등으로 인해 상장 작업은 다소 지연됐다.
삼성증권이 IPO를 마칠 때까지 주관작업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투자유치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삼성벤처투자가 조성한 ‘SVIC52호 신기술투자조합’이 티이엠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면서다.
SVIC52호는 지난해 5월 삼성전자가 99%를 출자해 결성된 펀드로, 규모는 1000억원이다. 올해 1월 티이엠씨의 3자배정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77억원을 투자해 약 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기존 주주가 보유한 구주도 매입해 약 10%가량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펀드의 주요 LP임을 고려할 때 해당 투자는 반도체 제조를 위한 특수가스 국산화에 성공한 티이엠씨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전략적투자(SI) 성격인 것으로 파악된다. SVIC가 지분을 투자한 지난 1월은 티이엠씨가 포스코와 함께 국내 최초의 네온 생산 설비를 자체개발했다고 밝힌 시점이다.
네온은 노광공정(빛을 이용하여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전자 회로를 새기는 공정)에 사용되는 ‘엑시머레이저가스’의 필수원재료다. 티이엠씨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네온가스를 추출해 엑시머레이저가스까지 생산하는 전공정 국산화를 이뤘고, 올해 하반기부터 파운드리 업체에 본격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VIC52호의 투자로 티이엠씨의 몸값은 올랐지만, 그간 대표주관을 맡았던 삼성증권은 대표주관사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융투자협회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은 증권사가 이해관계자 보유분을 더해 5% 이상(혁신기업은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회사의 IPO를 혼자서 주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건 가능하다.
이 규정 때문에 삼성증권은 티이엠씨의 단독 대표주관 업무를 맡을 수 없게 됐고, 대표주관사는 한화증권으로 변경됐다. 삼성증권은 삼성벤처투자의 지분 16.7%를 가지고 있는 주요 주주다. 삼성벤처투자가 연결대상에 포함되진 않지만 지분 보유 목적이 ‘경영참여’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로 분류된다.
삼성증권은 규정 상 공동주관사로 참여하는 건 가능했지만 이 역시 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벤처투자와의 이해관계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증권업계에선 해석한다. 실제 삼성벤처투자의 펀드가 투자한 회사에 삼성증권이 공동주관 업무를 맡은 경우는 없었다. 최근 수요예측이 이뤄진 성일하이텍 딜에도 인수단으로만 참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티이엠씨는 밸류에이션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증권이 올해 상반기 진행한 다른 딜보다 규모가 큰 만큼 IPO부서 입장에선 속이 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부지리' 한화증권, 10년만에 단독대표주관 성사 시킬까
한화증권은 어부지리로 중대형 딜의 단독 대표주관사로 낙점됐다. 티이엠씨 측 관계자는 “전략적 결정에 따라 한화증권에 단독 대표주관을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한화증권이 천운으로 얻은 딜을 통해 그간 부진했던 IPO 분야에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한화증권은 이번 딜을 성사시키면 약 10년만에 일반 기업의 IPO 단독대표주관 트랙레코드를 다시 쓰게 된다. 2012년 나노스 상장 이후 단독대표주관으로 직상장 IPO를 성사시킨 기록이 없다.
2016년 오알켐의 단독주관을 맡았지만 상장예비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2018년 상장을 철회했다. 특히 올 들어선 공동주관이나 스팩상장 실적도 쌓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증권업계에선 티이엠씨의 상장이 어그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티이엠씨는 수년간 흑자를 내고있고, 성장성도 높아 거래소의 상장심사에서 특별히 문제가 될 부분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최근 IPO 시장 투심이 좋진 않지만 영창케미칼, HSPC 등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흥행 릴레이가 이어지는 만큼 공모 주목도도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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