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6년 만에 '핀크' 합작 정리한 이유 하나금융 '감자·증자'로 100% 자회사, 의사결정 신속성 확보…마이데이터 따로 진행
원충희 기자공개 2022-07-26 10:48:18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5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이 하나카드 지분 정리와 함께 하나금융지주와의 합작 핀테크업체 '핀크'의 지분 49%도 포기한다. 2016년 창립된 이후 계속된 적자로 자본잠식이 심화되면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좀 더 협력범위를 확장한데 따른 지분 정리다.아울러 핀테크사들이 초기 수년간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만큼 유동적인 자본 수혈이 필요한데 '한 지붕 두 주인' 체제로는 이를 적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하나금융은 핀크의 유상감자와 유상증자를 병행, 100% 자회사로 만들 예정이다.
◇누적결손으로 자본잠식 악화, 합작체제 수익적 성과 '미미'
SK텔레콤은 보유 중인 하나카드 지분 15%(약 3300억원)를 하나금융지주에 양도하면서 핀크 지분 49%도 포기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현재 핀크의 발행주식 총수 1300만주를 내달 중 200만주로 감자한 뒤 500억원을 유증으로 투입, 신주 1000만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감자와 증자가 마무리되면 핀크는 하나금융지주의 100%(1200만주) 자회사로 변모한다.
핀크는 2016년 8월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가 합작 설립한 핀테크 기업이다. 송금, 예·적금, 대출조회 등의 서비스 제공이 주업이다. 6년 만에 합작관계를 정리하는 공식적인 이유는 SK의 ICT 패밀리(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와 하나금융그룹 간의 협력 범위가 전 방위적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가상자산과 메타버스 등에서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핀크가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인가를 확보하면서 확실한 사업모델이 생긴 시점에 지분 정리라 타이밍이 미묘한 점이 있다. 여기에는 핀크가 지난 6년간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동안 실적 면에서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도 작용했다.
핀크는 SK텔레콤의 통신 데이터와 하나금융의 금융 데이터 간의 시너지를 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비금융 데이터 기반의 대안신용평가 모델 'T스코어'를 활용한 핀크 대출서비스가 그 산물이다. 고금리를 제공하는 T이득통장, T하이파이브 적금, 캐시백 혜택을 높인 카드, 무제한 송금 등 특화서비스를 선보이며 금융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이런 서비스들이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받쳐주지 못했다. 누적된 결손금이 자본을 갉아먹어 2018년 자본잠식률이 70%에 달했다. 2019년 350억원의 감자와 500억원의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으나 결손금이 계속 쌓이면서 지난해 말 자본잠식률 76.9%로 다시 악화됐다.
◇SKT-하나금융, 핀크 넘어 협업범위 전방위 확장
핀크는 태생적으로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경쟁 핀테크 업체들과 선이 달랐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 사업을 중심으로 커머스와 스토리 콘텐츠(웹툰·웹소설), 택시 모빌리티 등 그룹 내 자체 시장(Captive market)이 있었고 토스는 여러 금융회사와의 제휴망을 통해 영업기반을 갖췄다.
반면 핀크는 하나금융이 대주주인 탓에 다른 금융사와 제휴 맺기가 수월치 않았고 SK텔레콤과의 협업도 수익적인 성과를 이어지지 못했다. 더구나 51대 49로 나눠진 지배구조 탓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가 번거로운 면이 있었다.
핀테크 기업은 설립 후 몇 년간은 사업기반을 갖추기 위한 투자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만큼 여러 차례 자본 확충을 각오해야 한다. 100% 자회사라면 하나금융지주가 결정하고 실탄을 쏠 수 있지만 합작법인의 경우 양사의 조율을 거칠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이 이번에 핀크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 것도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위한 조치다.
더구나 하나금융은 은행과 증권, 카드, 핀크 등 그룹 역량을 동원해 자체적인 마이데이터 서비스 브랜드인 '하나 합'을 선보였다. SK 측은 SK텔레콤에 이어 SK스퀘어의 자회사 SK플래닛, 11번가 등이 마이데이터 인가를 받아 별도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마이데이터에 대해서도 SK와 하나금융이 따로 움직이면서 통신-금융 데이터 융합을 위해 탄생한 핀크의 중요성이 희석됐다. 이제는 핀크의 한계에서 벗어나 그룹 차원의 전방위 ICT·금융 협업을 모색하는 만큼 SK텔레콤은 핀크에서 손 떼고 더 큰 그림을 위해 움직일 필요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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